“누가 한물 갔대”…빅테크 주춤할 때, 백전노장들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침체우려 키운 연준 빅컷
전통기업, 투자대안 부상
찬밥 전락에도 부활 모색
AI로 시장 개척·비용절감
구조조정 통해 침체 대응
저평가 우량기업 재탄생
월스트리트는 PC시대의 유산인 IBM과 델 테크놀로지(델), 대형 할인마트 업계 넘버원 브랜드 월마트, 스포츠 스타 마케팅의 원조 나이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저성장에 빠져 있다가 인공지능(AI)을 장착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각성한 전통(레거시)의 ‘명가’들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AI테마를 이끌었던 빅테크의 주가가 워낙 고평가된 탓에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1년새 영업이익률이 상승해 울가 목표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다른 AI 관련 기업 보다 저평가 상태라 향후 주가 상승 탄력이 높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지나치게 빅테크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이들 종목을 편입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후 개인용 컴퓨터(PC) 까지 석권하며 IT 시대 레거시, 그 자체가 됐다.
그러나 IBM은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제친 애플로 인해 과거의 유물로 한동안 머물렀다.
2010년~2019년 까지 주가가 30% 넘게 하락하며 투자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던 IBM 주가가 최근 1년새 50% 가까이 오르며 월가가 이 레거시 브랜드 이름을 소환 중이다.
IBM의 AI 서비스는 ‘왓슨’으로 대표된다.
왓슨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와 달리 기업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형 플랫폼이다.
특히 IBM의 왓슨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하는 헬스케어와 테니스 해설 등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효과로 지난 2분기(4~6월) IBM 실적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미국 주식의 경우 주당 순이익(EPS)이 중요한데 EPS를 통해 회사 성장성과 주주환원 정도를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PS을 높이려면 매출 증가와 함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실적이 정체됐을 경우 주식 수를 줄이는 소각을 통해 EPS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월가는 IBM의 2분기 EPS을 2.2달러로 추정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10.5% 높은 2.43달러를 달성했다.
IBM은 EPS 기준으로 최근 9분기 연속으로 월가의 추정치를 뛰어 넘으며 기존 브랜드에 AI 기술을 장착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 탈중국 효과로 인한 비용 절감도 ‘깜짝 실적’의 이유로 제시된다.
IT업계에 따르면 IBM은 올 들어 중국 연구개발(R&D) 직원들의 사내 인터넷 접속 차단을 시작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IBM이 베이징 상하이 다롄등 중국 법인에서 1000여명을 해고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부터 시작된 대대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IBM은 작년 1월 중국에서 3900명의 직원 감축에 이어 같은해 말 AI로 8000명의 직무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BM의 글로벌 직원 수는 2020년말 35만2600명에서 2023년말 28만2000명으로, 3년새 20%나 감소했다.
‘탈중국’의 이유는 중국 경기만 유독 안 좋아서다. 작년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19.6% 줄어든 반면 다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1.6% 증가했다.
작년 2분기 12.6%였던 IBM의 영업이익율은 올 2분기 14% 까지 향상됐다.
이는 최근 IBM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으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24배다.
경쟁사로 볼 수 있는 MS(32.57배) 보다는 저평가 상태다.
월가는 델의 2분기 EPS가 1.71달러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이 보다 10.5% 높은 1.89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엔 델의 고객들이 여전히 AI 서버를 사느라 줄을 서있으며 델의 지속적인 자사주 소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회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델은 AI 수요의 단기 침체 우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엄청난 AI 수요가 있으며 성장 중”이라며 “대형 클라우드 업체 등 기업에서 전세계 각국 까지 수요처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델의 지난 2분기(5~7월) AI 서버 매출은 31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직전 1분기(17억 달러) 보다 82.4%나 급증한 수치다.
AI 서버를 포함한 델의 인프라 솔루션 매출은 1분기 보다 38% 증가한 11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사업부 실적은 AI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주력 사업이자 또 다른 사업부의 부진을 만회하고 남는다.
같은 기간 PC와 노트북을 판매하는 클라이언트 솔루션 매출은 4% 감소했다.
이는 델의 한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2분기 5.5%에서 올 2분기 5.7%로 소폭 개선되는데 그쳤다.
향후 마진은 나아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델은 최근 3년새 직원 수를 24.1%나 줄였는데 이는 IBM(-20%) 보다도 더 과격한 구조조정이다.
주식 수는 7월말 현재 기준으로 1년 전 보다 2.6% 감소하며 EPS 상승을 견인했다.
여기에 AI를 장착한 델의 PC가 신규 수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월가는 델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델의 PER은 14.66배에 그친다.
최근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인 영업비용 감소와 중장기적인 AI 매출 성장세를 고려하면 델의 현 주가는 미래 실적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델은 2021년 부터 배당을 주기 시작했는데 당시 연간 주당 배당금은 0.33달러였다. 올해는 1.74달러가 예상되는데 3년만에 5배 이상 인상한 수치다.
최근 델이 미국 우량기업 지수인 S&P500에 편입된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최근 실적 발표 당시 AI로 야무지게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들의 호평까지 받으며 당당하게 ‘AI 관련주’로 묶이고 있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월마트는 거대언어모델(LLM)로 8억5000만 개의 제품 정보를 문서화하는데 성공했다.
LLM은 주로 언어 번역과 문서 처리에 활용되는 대표 AI 기술이다.
이는 고객의 쇼핑 시간을 줄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여줘 전반적인 비용 절감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월마트의 2분기(5~7월) EPS은 0.67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9.8% 증가했다. 월가의 예상치(0.65달러) 보다도 3.1% 초과 달성했다.
월마트의 EPS가 월가 추정치를 초과 달성한 것은 이번 분기 포함 9개 분기 연속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매출의 성장이 둔화됐지만 AI 기술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다.
최근 3년 직원 수는 8.7% 감소해 210만명(작년말 기준)이다.
이렇게 줄인 비용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월마트의 연간 배당금은 주당 0.71달러였는데 올해는 0.83달러로 추정된다. 5년새 배당 인상률은 16.9%다.
신발 업계에서 나이키는 기존 아디다스와 아식스는 물론 호카 온러닝 등 신규 경쟁자에게도 밀리는 모양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나이키의 매출 증가율을 떨어 뜨리고 있으며, 지난 분기(3~5월) 매출이 전망치를 밑도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월가에선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나이키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나이키는 그동안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데이터를 사용해 제품을 디자인하는 자체 생성형 AI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존 호크 나이키 최고 혁신책임자는 “나이키의 AI는 운동선수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연금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나이키의 최근 1년 주가는 크게 하락한 상태다. 나이키의 PER이 25.84배에 달해 왠만한 AI 관련 주식 보다 주가가 비싼 점이 투자하기 부담스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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