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200경기 클럽, 메시·호날두 다음 이름은 모드리치

루카 모드리치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L조 조별리그 2차전 파나마전에서 크로아티아 대표팀 통산 200번째 A매치 출전을 기록했다. 크로아티아는 이날 파나마를 1-0으로 잡아 승점 3을 추가하며 32강 진출 불씨를 살렸지만, 정작 이정표의 주인공인 모드리치는 결승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40세 미드필더의 기록과 팀의 생존이 같은 날 교차한 경기였다.

모드리치는 2006년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데뷔한 이후 20년 가까이 국가대표 중원을 지켜온 선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팀을 결승까지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3위 성과에 힘을 더했다. 2026 대회는 그에게 다섯 번째 월드컵 무대였고, 이 시점에서 그가 보유한 클럽 커리어 역시 가볍지 않다. 2012년부터 2025년까지 13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서 597경기 43골을 기록했고, 챔피언스리그 6회 우승을 포함해 구단 역사상 최다인 2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5년 여름 자유계약으로 AC 밀란에 합류한 뒤에도 2025-2026시즌 세리에A에서 34경기에 나서며 여전히 주전급 입지를 지켰다.

이런 개인 커리어를 배경에 두고 본 파나마전은 모드리치에게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었다. 호날두, 메시 등 극소수 선수만 도달한 남자 A매치 200경기 클럽에 합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크로아티아는 직전 잉글랜드전에서 2-4로 패하며 조 최하위로 내려앉은 상태였다. 같은 시간 잉글랜드와 가나가 0-0으로 비기며 두 팀이 승점 4로 조 1, 2위를 형성한 만큼, 모드리치의 기념일이 팀의 탈락 위기와 겹쳐 있던 상황이었다.

전반전 양상은 모드리치와 크로아티아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 파나마의 빠른 측면 공격에 고전하며 주도권을 내준 채 전반 중반을 흘려보냈다. 모드리치는 평소처럼 중원에서 경기 템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직접적인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후반전 교체 카드였다. 즐타트코 달라치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안테 부디미르와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를 투입했고, 9분 만에 결실을 봤다. 오른쪽 풀백 오시프 스타니시치의 크로스를 부디미르가 왼발로 밀어넣어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의 선방 3차례에 힘입어 리드를 지켰고, 특히 카를로스 아르베이의 헤더를 몸을 날려 막아낸 장면이 백미였다. 결국 1-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파나마는 조별리그 2패로 탈락했다. 모드리치는 200번째 출전이라는 개인 기록을 남겼지만, 득점이나 도움 등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이날 모드리치의 가치는 스탯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직접 골이나 결정적 패스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전반 내내 끌려가던 흐름 속에서도 중원이 무너지지 않았던 배경에는,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동료들의 위치를 정리하는 모드리치의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 역할이 깔려 있었다. AC 밀란에서도 2026년 2월 피사전 MVP로 선정됐을 당시 1골과 함께 정확한 패스 93개, 수비 기여를 동시에 기록한 바 있는데, 이는 그가 단순히 골이나 도움 같은 직접 지표로만 평가받을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번 경기에서 결승골의 주인공이 모드리치가 아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크로아티아라는 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부디미르와 크라마리치라는 교체 자원이 후반 9분 만에 득점으로 연결되고, 리바코비치가 결정적 선방을 해내는 등 모드리치 외의 자원들이 승리에 직접 기여했다는 점은, 40세 주장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팀 구조를 보여준다. 다섯 번째 월드컵을 치르는 모드리치 입장에서도, 매 경기 직접 해결사 역할을 떠안기보다 동료들이 풀어가는 경기를 지켜보는 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200경기라는 숫자와 별개로, 토너먼트 진출이 걸린 마지막 가나전에서도 그가 중원에서 같은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별도로 지켜볼 변수다.

모드리치는 개인 기록 면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그 자신은 결승골과 거리가 먼 경기를 치렀다. 크로아티아의 32강행은 오는 28일 가나와의 최종전 결과, 그리고 동시에 열릴 잉글랜드 경기 결과에 따라 갈린다. 40세의 모드리치가 마지막 조별리그 무대에서도 중원을 지키며 다섯 번째 월드컵의 토너먼트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가나전이 그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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