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낡은 지갑을 안 바꾸시길래.." 안을 열어 보고 눈물이 난 이유

올해 일흔넷인 아버지는 20년 가까이 같은 지갑을 쓰고 계셨다. 가죽은 군데군데 벗겨졌고 모서리는 실밥까지 풀려 있어서 몇 번이나 새 지갑을 사드렸지만 이상하게 바꾸지 않으셨다.

"아직 멀쩡한데 뭘 버리냐"는 말만 반복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 지갑 안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종이 한 장을 발견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생일에 새 지갑을 사드려도 쓰지 않으셨다

몇 년 전 아버지 생일에 형제들이 돈을 모아 좋은 가죽 지갑을 하나 사드렸다. 아버지는 고맙다며 받아놓고도 다음 날부터 다시 낡은 지갑을 들고 다니셨다.

"아버지, 새것 좀 쓰세요. 이건 이제 버려도 되잖아요."
그러면 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손에 익어서 이게 편하다."
우리는 그저 아버지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다.

병원에 가던 날 지갑 속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얼마 전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시는데 오래된 지갑 틈이 벌어지면서 카드와 영수증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주워드리다가 안쪽 깊숙한 곳에 접힌 종이 하나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오래된 영수증인 줄 알았다.

펼쳐보니 작은 사진 한 장이었다.

30년도 더 된 가족사진이었다. 젊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초등학생이던 나와 동생이 웃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 뒤에는 아버지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진 뒤에 적힌 날짜를 보고 눈물이 났다

"1994년 3월. 지영이 중학교 입학. 아빠가 더 열심히 살자."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아버지 회사 형편이 좋지 않아 월급이 몇 달씩 밀렸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나는 새 교복을 입었고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다. 어린 나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사진 아래에는 몇 년 뒤 다른 날짜도 적혀 있었다.

"아이들 공부 끝날 때까지만 버티자."

나는 그제야 아버지가 왜 그 지갑을 버리지 못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 지갑은 단순히 오래 쓴 물건이 아니었다. 돈이 없던 시절에도 매일 출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다짐했던 아버지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었다.

병원을 다녀온 뒤 나는 새 지갑을 쓰시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신 벌어진 부분을 수선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지갑을 고쳐드렸다.

아버지는 수선된 지갑을 한참 만져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제 몇 년은 더 쓰겠네."
그 말을 듣는데 또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 이야기는 실제 노년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자식에게는 낡아서 버려야 할 물건 하나가 부모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견뎌낸 삶의 기록일 수도 있다.

부모의 오래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안에 물건의 가격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모의 젊은 날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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