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개미 울리는 ‘쪼개기 상장’
미국의 빅테크 기업 아마존은 2022년 5월 이사회를 열고 주식 1주를 20주로 나누는 주식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아마존 주가는 주당 2100달러를 웃돌았다. 주식분할은 기업 가치에는 변화가 없지만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소액주주들이 반기는 소식이다. 고가 주식을 쪼개면 소액투자자들도 쉽게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소액투자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모기업이 가지고 있던 돈 되는 핵심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만들고(물적분할), 그 자회사를 증시에 새로 상장하는(쪼개기 상장) 방식이 번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 등을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시켰다. 대주주나 총수들은 물적분할로 기업 지배력을 높이고 손쉽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존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눈물을 흘렸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 후 3개월간 주가가 24.1% 내렸다. 카카오 주가도 카카오페이 상장 후 31.6% 하락했다. 당시 대선 후보들은 개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고, 새 정부 출범 뒤인 2022년 9월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거는 대책도 나왔다. 물적분할 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땐 한국거래소가 심사해 상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8일 상장된다. 2016년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선박 유지보수(AS) 사업부를 떼어내 물적분할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HD현대(55.8%)다. 물적분할한 지 7년이 돼 규제를 피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또 주가 하락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미국의 알파벳은 구글·유튜브 같은 자회사가 있지만, 상장기업은 지주사 알파벳뿐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는 환율 방어에 나서 외환보유액이 60억달러 감소했다. 미국 주식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니, 이러한 쪼개기 상장만 막아도 환율 안정과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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