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마케팅 보조도구로 쓰던 시대를 지나 AI에이전트가 마케터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핵심 자원은 모델이 아니라 누적된 고객 데이터다. 마케터의 다음 고민은 '고객관계관리(CRM) 메시지 한 통을 더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사몰의 검색기능과 진열·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갖췄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박민성 데이터라이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커머스마케팅&테크놀로지 서밋(CMTS) 2026'에서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보다 데이터"라며 "7~8년간 축적한 고객의 캠페인 의사결정과 결과 데이터가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터 대신 AI에이전트 25개…2주 만에 성과
데이터라이즈는 올해 4월부터 사내 마케터 직무를 없앴다. 대신 AI에이전트 25개에 목표·핵심결과(OKR)를 부여해 마케팅 업무를 자율운영한다.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가 받은 OKR은 회사 블로그 일평균 방문자를 상반기 300명, 하반기 1000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머지 에이전트는 뉴스 수집과 블로그 초안 작성을 맡는다. 작성된 콘텐츠는 버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통해 링크드인에 배포되고 플레이라이트로 실제 브라우저를 띄워 카페24 같은 외부 채널에도 게시된다. 박 CSO는 "에이전트 도입 2주 만에 마케터 없이 블로그 일평균 방문자 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동화의 토대는 데이터다. 데이터라이즈는 홈페이지·블로그·콘솔·대시보드의 고객행동 로그를 전수 적재하고 미팅 기록은 허브스팟에 누적해왔다. 박 CSO는 "퓨샷 프롬프팅은 어느 회사도 쉽게 하는 부분"이라며 "차이는 우리가 7~8년간 보유한 캠페인 데이터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데이터 간 관계성을 표현한 온톨로지로 구축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CSO가 자사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배경도 데이터에 있다. 그는 "한국 쇼핑 플랫폼은 이미 4단계 성장곡선의 포화기에 진입했다"며 "플랫폼이 수수료 인상과 광고상품으로 공급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흐름이 명확해진 만큼 브랜드는 자사몰로 전환해 브랜드 가치와 데이터 자산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CRM 다음은 검색·진열·가격의 실시간 개인화
마케터의 새로운 전장은 메시지가 아닌 자사몰 자체다. 박 CSO는 초개인화 CRM의 네 가지 축으로 △누구에게(관심사·구매주기·이탈률 기반) △언제(브랜드 인지와 사이트 방문 직후) △어디서(사이트 내 배너에서 브랜드 메시지로 확장) △무엇을(AI가 자동 생성한 관심상품) 보낼지를 제시했다. 그는 직접발송 캠페인과 자동화추천형 캠페인의 비율을 3대1로 운영할 때 가장 높은 성장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CRM은 출발선일 뿐이다. 데이터라이즈가 계획한 다음 단계는 자사몰의 검색과 진열, 가격까지 모두 개인화되는 환경이다. 박 CSO는 "특정 브랜드에서 검색한 고객의 2.6%가 전체 매출의 19%를 만들어낸다"며 "검색은 진성고객의 의도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인 만큼 단순 키워드 매칭이 아닌 의도 기반 검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메인 페이지와 카테고리 페이지도 고객별로 다르게 보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열과 가격에는 노출 수 보정이 핵심이다. 박 CSO는 "과일가게 매대에 놓인 과일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판매량만 보면 안 되며 노출 수 대비 클릭률과 구매전환율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AI에 요일, 날씨, 노출 수 같은 교란 변수를 통제한 데이터를 넣으면 가격민감형 상품의 최저판매가부터 프리미엄 상품의 인상 가능 상한선까지 자동으로 산출된다. 그는 "15년 데이터 분석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표현했다.
광고 영역에서는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 연동이 마케터의 필수도구가 되고 있다. 메타가 광고 MCP 베타 버전을 내놓았고 구글은 이미 정식 출시한 상태다. 데이터라이즈도 페이스북 픽셀 한 줄 설치만으로 컨버전 API를 자동 송신해 광고품질지수(EMQ)를 끌어올리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진성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토대로 유사 타깃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다만 박 CSO는 가드레일 설계 없이 MCP를 도입하는 데 대해 강한 경고를 남겼다. 그는 "최근 링크드인에서 메타 MCP를 연결했다가 평소 월 100만원이던 광고비가 일주일 만에 1000만원으로 집행된 사례가 공유됐다"며 "MCP를 쓸 때 권한 허용치를 어디까지 줄지와 관련해 휴먼인더루프 같은 가드레일을 반드시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MTS 2026은 'Zero-Click & Agentic Commerce'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인핸스, 어센트AI, 플래티어, 크리젠 등은 생성형AI와 검색·콘텐츠 전략을 소개했으며 NC AI, 카페24, LG CNS, 컬리, 데이터라이즈, 애피어코리아, 크몽, 씽킹AI, 초인마케팅랩, 누리하우스, 구글코리아 등은 커머스와 마케팅 현장에서의 AI 활용사례를 발표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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