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크리드, '중국 게임' 된다?…中 텐센트 유럽 게임사에 군침

최우영 기자 2024. 10.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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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중국 텐센트의 유비소프트 M&A 성공하면 PC·모바일·콘솔 포트폴리오 완성
최근 경기침체 벗어나려 게임산업 키우기로 한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책이 한몫
모바일·PC 시장 치중한 한국 게임산업도 글로벌 M&A 통해 활력 찾을 수 있어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전 세계에서 2억장 넘게 팔린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사진=유비소프트
글로벌 매출 1위 게임기업인 중국 텐센트가 프랑스 유비소프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게 텐센트의 입장인데, 유비소프트는 공식 성명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글로벌 게임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유비소프트지만, 최근 부진을 겪으며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진 것도 이번 인수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사실 중국의 게임업체 사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게임사 및 펀드들이 전 세계의 유명 게임사들을 쇼핑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상당수 메이저 게임사에 2~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유비소프트 인수는 텐센트, 나아가 중국 게임업계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39년째 오너 경영 이어가는 유럽 게임 명가
이브 기예모 유비소프트 CEO. /사진=북미 유비소프트 유튜브 캡처
유비소프트는 2만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유럽의 대표 게임사다. 1986년 기에모 가문이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도 오너 경영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EA와 프랑스 비방디그룹 등이 적대적 M&A(인수합병)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꾸준한 성장으로 이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며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유비소프트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1990년대 아타리와 플레이스테이션에 내놓은 '레이맨'을 통해서였다. 2000년에 톰 클랜시의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FPS(1인칭슈팅)게임의 고전 '레인보우식스'를 보유하게 됐다.

2007년에는 현재의 간판 IP인 어쌔신크리드의 첫 타이틀이 나오며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았다. 이후에도 파 크라이, 저스트 댄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등의 IP를 통해 꾸준히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최근 2~3년 간 여러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어설프게 도입했던 NFT(대체불가토큰) 시스템은 사후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급하게 마무리했고, 단기 수익을 위해 기존 게임들의 운영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2022년부터 주요 개발진들이 단체로 퇴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청추문 사건으로 임원진이 대거 퇴사하는가 하면, 올해는 재택근무 종료 방침에 반발한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유비소프트 인수로 완성될 텐센트의 모바일·PC·콘솔 포트폴리오
/사진=유비소프트
텐센트는 현재 유비소프트의 지분 9.95%를 가진 2대 주주다. 이는 유비소프트 M&A를 시도하던 비방디 그룹으로부터 2018년 매입한 것에 더해 2022년 추가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이다. 2년 전만 해도 텐센트는 "경영권 인수 목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텐센트가 유비소프트의 경영권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비소프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기예모 브라더스'의 최대주주를 노리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IP를 텐센트 그룹이 통합 관리하려 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텐센트는 자체 모바일 게임 라인업에 더해 2016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알려진 핀란드 슈퍼셀을 인수하며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2011~2015년 LoL(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PC게임 시장도 장악했다. 유비소프트 인수는 텐센트의 게임 포트폴리오에 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콘솔 분야까지 아우르는 행보가 될 수 있다.
"게임은 아편"이라던 중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 M&A 힘 실어주나
중국 콘솔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게임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영상. /사진=소니
텐센트의 과감한 행보는 중국 당국의 비호 아래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1년부터 "게임 중독은 정신적 아편"이라며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를 단행했다.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신규 게임의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도 한동안 막았다. 텐센트로부터 500억위안(약 9조6000억원)의 '발전기금'을 반강제로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내수 경기가 침체되며 활로를 모색하던 중국 정부는 게임산업을 돌파구 중 하나로 꼽고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스팀에서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경우 게임 내 배경인 화과산에 방문하는 게이머들에게 중국 지방정부가 이벤트를 열어주는 등 '민관합동' 마케팅까지 펼치며 지원사격했다.

공교롭게도 텐센트가 인수하려는 유비소프트 역시 콘솔 게임 명가다. 그동안 모바일과 PC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중국 게임업계가 이젠 콘솔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고,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한층 유해진 눈길로 이들을 돕는 형국이다.
콘솔 불모지 한국, 글로벌 M&A로 탈출구 찾을까
/사진=스텔라 블레이드 트레일러 캡처
중국의 글로벌 콘솔 시장 공략을 국내 업체들은 그저 바라보는 형국이다. 지난해부터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 밀리언셀러 게임들이 나오고 있지만 단발적 성과에 그치고 있다. '각 잡고' 콘솔 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시장의 분야별 비중에서 콘솔은 5.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바일(58.9%)과 PC(26.1%)에 비하면 극히 낮은 비중이다. 여전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치중된 장르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2022년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8%로, 미국(22.8%)과 중국(22.4%)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M&A가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실탄을 확보한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콘솔업체 및 비MMORPG장르 개발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내부에서 혁신을 찾기 힘들다면 돈을 주고 외부의 혁신을 수혈해오는 것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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