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된 헤즈볼라 사령관은 미국이 현상금 94억원 건 인물

김원철 기자 2024. 9. 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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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2인자'로 평가받는 이브라힘 아킬(61)을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21일 헤즈볼라도 아킬을 포함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16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서 국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했던 아사프 오리온 전 이스라엘군 준장은 뉴욕타임스에 "아킬이 헤즈볼라 군사 조직에서 사실상 최고 작전 장교였으며, 수많은 이스라엘인을 상대로 한 공격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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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의 구현”
21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전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지휘관 3명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이 숨지는 등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2인자’로 평가받는 이브라힘 아킬(61)을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그는 350명 이상이 숨진 1983년 베이루트 소재 미국 대사관 및 미국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배후로 지목돼 미국이 700만 달러 현상금을 내건 인물이다.

이스라엘군은 20일(현지시각) 헤즈볼라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인 아킬 등 최소 10명의 헤즈볼라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그들은 민간인을 방패로 삼아 주거용 건물 지하에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테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밝혔다. 21일 헤즈볼라도 아킬을 포함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16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공습이 헤즈볼라 라드완 부대원들이 참석하고 있던 회의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무선호출기 공격 때문에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들이 대면 회의를 했고, 이때 공습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즈볼라의 정예 특공대인 라드완 창설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아킬은 2004년부터 헤즈볼라 작전을 총괄하며 대전차 미사일 부대와 방공 작전을 감독해왔다. 라드완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 작전을 벌였으며, 이스라엘은 중재국을 통해 이들을 해당 지역에서 철수시키려 노력해왔다. 다만 에이피(AP) 통신은 “지금까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투는 대부분 국경 지역에서의 미사일 공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라드완 부대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동부의 바알베크에서 태어난 아킬은 1980년대 헤즈볼라가 창설될 당시 합류했다. 2008년부터 헤즈볼라의 최고 군사 기구인 지하드 평의회(Jihad Council)의 일원이 됐다. 사망 전 그는 헤즈볼라 군대의 최고 지휘관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와 함께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이었던 푸아드 슈크르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서 국제 평화 유지 임무를 수행했던 아사프 오리온 전 이스라엘군 준장은 뉴욕타임스에 “아킬이 헤즈볼라 군사 조직에서 사실상 최고 작전 장교였으며, 수많은 이스라엘인을 상대로 한 공격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제든 미국인들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에게 정의가 구현되는 것은 좋은 결과라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아킬이 1983년 베이루트에 있는 미국 대사관 및 미국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등의 배후라고 보고 있다. 1980년대 말 레바논에서 발생한 미국인과 독일인 인질 납치 사건, 1986년 프랑스 파리 폭탄 테러도 그가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그를 ‘특별 지정 국제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그의 신원 확인, 위치 파악, 체포 또는 유죄 판결로 이어질 정보에 대해 최대 7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년 동안 지하드 평의회 일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와중에도 아킬은 살아남았다. 뉴욕타임스는 “2000년 이스라엘 헬리콥터가 아킬의 차량을 공격했지만 경상만 입었다”며 “그는 이스라엘의 여러차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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