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미국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 준비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자격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흐름에 맞추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함정 신조 경험이 없는 만큼 정비시장 진입요건부터 갖추려는 것이다.
23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미국사업 담당 조직이 MSRA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MSRA는 미 해군이 함정정비 능력을 갖춘 기업에 부여하는 정비협약(자격) 성격의 제도로 전용 접안시설, 드라이도크 여부, 보안·품질·공정관리 역량 등을 평가한다.
지원함 MRO 집중…특수선 역량 ‘현실적 확장’
삼성중공업이 미 해군 MRO를 염두에 둔 배경은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다. 양국 협상 과정에서 미군 함정정비가 의제로 언급됐고 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
방위사업 경험이 없는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신조보다 MRO의 진입장벽이 낮다. 전투함, 군수지원함을 새로 만드는 사업과 달리 운용 중인 함정의 품질·성능 유지와 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는 분야도 군수지원함 MRO로 기능·설계가 일반상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조선해양과 토건 등 2개 축이 중심인 삼성중공업 사업에서 조선업의 매출 비중은 96.2%(2025년 3분기 말 기준)에 달하지만, 경쟁사들이 일정한 비중의 특수선 매출을 올리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 또 조선업 사이클, 국제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수주잔액으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신규 수주(79억달러) 가운데 상선의 비중은 89.9%(71억달러)에 달했으며 수주잔액 286억달러 중 80%가 △LNG운반선(153억달러, 53% ) △컨테이너선 27척(52억달러, 17%) △유조선 27척(29억달러, 10%)이었다.

신조로 꽉 찬 도크…MRO 운영 해법 찾기
미군 함정 부문의 기술협력 파트너는 비거마린그룹(VMG)으로 지난해 8월 미국 해군지원함 MRO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양사는 태평양과 인도양에 배치된 미국 함정에 대한 MRO 역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미국 내 조선능력 보강(신조 포함) 협력 가능성도 검토 항목에 담겼다.
업계에 따르면 VMG는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와 다수의 선박 유지보수·현대화 계약을 맺은 기업이다. 최근 수주한 대형 계약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USS Barry(DDG-52)' 정비로 계약금액만 약 2900억원(2억900만달러)에 달한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대상으로 삼은 미 함정 MRO 사업은 기술 수준이 낮은 군수지원함이다. VMG가 2023년 수주한 미군 유조선(USNS존루이스함)의 MRO 계약액은 약 388억원(2790만달러)로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MSRA를 취득하더라도 이를 진행할 도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신조(상선·해양) 일감이 많아 함정 MRO를 위한 공간여력은 제한된다.
이에 조선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도크 점유를 최소화하는 함정 정비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대형함 레퍼런스를 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소의 신조가동률을 유지하면서 VMG의 미국 설비 및 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MSRA 취득은 앞으로의 사업역량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증 취득 이후 수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대비는 미리 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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