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34] <나폴레옹> (Napoleon,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영국 출신의 감독, 리들리 스콧은 '나폴레옹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스군 장교 '가브리엘'(하비 케이틀)의 결투를 담은 영화 <결투자들>(1977년)을 통해 30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데뷔 작품상을 받으며 연출가의 자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1979년), <블레이드 러너>(1982년), <마션>(2015년) 같은 SF 영화, <1492 콜럼버스>(1992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킹덤 오브 헤븐>(2005년) 같은 시대극, <델마와 루이스>(1991년), <지.아이. 제인>(1997년) 같은 여성 주인공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그런 리들리 스콧이 자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나폴레옹 전쟁 시대'로 돌아갔다.
그것도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것.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오래전부터 '나폴레옹'의 장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왔었다.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포로였다면서, 그는 '나폴레옹'의 역사가 현대사의 시작이며, 이 영화는 역사를 넘어 '나폴레옹'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캐서린 워커)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젊은 육군 장교, '나폴레옹'은 바로 이 처형식을 지켜보는데(물론, 실제 역사에서 '나폴레옹'이 처형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다고), 처형 이후 유럽의 다른 군주제 국가들은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프랑스 내에서도 온건파 '지롱드파', 과격파 '자코뱅파'의 갈등이 심화한다.(영화는 이 부분을 빠르게 넘겨,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면 다소 높은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

그사이 '나폴레옹'은 '자코뱅파'인 '폴 바라스'(타하르 라힘)에게 '툴롱 포위전'의 지휘를 명하고, 기지를 발휘해 전투에 승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군으로 진급한다.
'자코뱅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로베스피에르'(샘 트로튼)의 공포 정치가 막을 내리고, 자신이 휘둘렀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가운데(1794년 테르미도르 반동), '나폴레옹'은 포병을 동원해 왕당파의 반란을 진압(1795년 방데미에르 13일 사건)한다.
그 시기 '나폴레옹'은 사교 클럽에서 우연히 마주친 귀족의 미망인 '조제핀'(바네사 커비)에게 빠져들고 결혼한다.
왕성한 성생활에도 불구하고, 2세 소식이 없었던 가운데, '나폴레옹'은 1798년 이집트 원정 중 '조제핀'이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한다.
'나폴레옹'은 귀국 이후 '시에예스'(줄리안 린드 터트)가 계획한 쿠데타에 가담한다.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1799년)에 성공한 '나폴레옹'은 기세가 등등한 나머지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라 '프랑스 제국'을 건설(1804년)한다.
이후 영화 <나폴레옹>은 '프랑스 제국'의 흥망성쇠, '조세핀'과의 관계를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나폴레옹'은 흔히 이야기하는 '전기 영화'의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 서사와는 거리가 멀게 그려진다.
'조세핀'과의 연애도 마치 로맨티스트인 척하지만, 후세를 보기 위해서 안절부절못하는 '찌질한 남자'로 그려졌다.
또한, '황제'라는 왕관의 무게를 책임지기 위해 무리수인 '러시아 원정'에 나서며 몰락하는 모습도 있었다.
심지어 영화는 그의 죽음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 전사자가 무려 300만 명에 달했다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
프랑스의 영원한 앙숙 국가인 '영국 출신 감독'의 비하가 아니냐는 프랑스 언론의 비난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리들리 스콧 감독은 "나폴레옹의 삶을 쉽게 정의할 방법은 없다. 전기를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지만, 영화 제작자로서 나는 역사적 업적보다는 그의 내적 심리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거장의 개인적인 평가가 담긴다 한들, 영화는 '300만 명을 전쟁터에서 잃은 국가 원수의 신념'과 '그 당시에만 가능해 보이는 로맨스'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게다가 2시간 30분이 넘는 '상업 극영화 치고 긴 상영 시간'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은 1시즌 드라마의 150분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처럼 편집 지점이 거칠었다.
하필이면 애플TV+가 4시간이 넘는 확장판을 내년 초에 극장판과 동시에 서비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서인지, 작품의 '온전한 평가'는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다.
P.S. 사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감독판'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개봉 당시에는 '망작'이라 평가받은 <블레이드 러너>는 감독판을 통해 '걸작 SF'가 되었다.
하지만 10분도 아니고, 약 100분이 넘는 시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소식(역으로 말하면, '가위질'을 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은 돈을 내고 극장에서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실망감' 혹은 '배신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무리 '애플TV+'의 오리지널 영화 콘텐츠라고 해도, '극장'이 애플TV+의 구독을 위한 '홍보의 장'이 된 것 같아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이랄까?
2023/12/06 CGV 압구정 IMAX
-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바네사 커비, 벤 마일즈, 타하르 라힘, 뤼디빈 사니에르, 매튜 니덤, 유세프 케르코르
- 평점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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