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려먹을 게 없는 쉐보레의 사골 SUV
2016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후 출시된 후기형 캡티바는 더욱 엄격해진 EURO 6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해 개선된 파워 트레인과 함께 내 외관 디테일을 업그레이드해 신선함을 더한 모델이었습니다.
이 무렵 출시된 다른 쉐보레들처럼 전면부가 눈에 띄게 달라졌는데, LED 주간 주행등(DRL)을 품은 헤드램프와 달라진 범퍼 디테일로 더욱 또렷해진 인상과 함께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후기형에 들어간 LED 테일램프가 여전히 멋스러워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듀얼 머플러가 싱글 트윈 머플러로 바뀌었습니다.
실내에서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직 형태의 레이아웃은 기존 모델과 동일했지만 새로운 스티어링 휠 디자인, 공조 장치 조작부를 둥글게 감싸 입체감을 더한 대시보드 등 나름 세련된 느낌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DMB 내비게이션 대신 스파크와 동일한 7인치 마이링크 시스템을 아예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면서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최신 폰 커넥트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띄는 장점입니다.
다만 스티어링 휠 열선, 앞좌석 통풍 시트, 뒷좌석 에어벤트 같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장비가 결국 갖춰지지 않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파워 트레인은 신형 2.0L 디젤 엔진 단일 사양만 제공됐고, 보령산 변속기가 다시 아이신 6단 변속기로 변경됐습니다. 기존에 2.2L 디젤 사양이 삭제되면서, 4륜 구동을 선택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특히 최신 유럽 사양의 디젤 엔진을 그대로 장착하면서 경쟁 차들이 LNT 방식의 배출가스 정화장치를 사용할 때 혼자 요소수 방식의 SCR 사용해 출력과 연비에서 이점과 배출가스의 불순물이 적어 엔진 컨디션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누릴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 역시 분명했습니다. 아무래도 2006년 출시됐던 설계가 그대로다 보니 차체 구조와 안전도를 보강하는 것과 더 많은 편의 장치를 설치하는데 무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경쟁 차량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열세인 편의 기능 등은 신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부분이었습니다.
2016년식 캡티바 LTZ 모델로 7인승 시트 선루프가 컬러 옵션을 제외한 모든 선택 사양이 포함된 된 차량을 직접 시승했습니다. 워낙 짧은 기간 판매되었고 개체수도 많지 않다 보니 참 보기 드문 모델인데, 볼 때마다 페이스리프트가 잘 됐다고 느꼈습니다.
외관이 근사해 보이는 것은 좋지만 원가 절감으로 빠진 플립업 글래스 기능과 요소수 분사 장치가 장착되어 머플러가 싱글 타입으로 바뀐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SCR 방식을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은 모델이라 그런지 마치 1톤 트럭처럼 요소수 주입구가 주유구가 아닌 다소 생뚱맞은 위치에 있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일자 드라이버 같은 별도의 도구를 이용해 커버를 따야 되는데 헐겁게 끼워 놓으면 주행 중에 덜렁 거리다가 아예 빠져버리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본래 모델인 윈스톰의 타임리스 디자인 덕분인지 외관에 대한 불만은 많지 않았습니다. 2006년의 분위기가 나와 있는 실내가 문제였는데 확실히 디자인을 개선한 이 최후기 형 모델에서는 나름 최신 차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운전자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스티어링 휠과 너머에 자리한 계기판 디자인이 크게 바뀌니 그 신선함이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카플레이 같은 폰 커넥트 시스템은 차의 수명을 적어도 2~3년은 늘려주는 것 같습니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했습니다. 슬라이딩은 역시나 지원하지 않지만 무릎 공간이나 리클라이닝 각도는 충분했습니다. 열선 시트는 들어왔지만 끝끝내 넣어주지 않는 뒷좌석 에어벤트는 좀 의아한 부분이었습니다. 에어벤트 추가하려고 컵홀더를 뒷좌석 암 레스트에 숨겨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매끈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위해 루프라인과 벨트라인을 날렵하게 빚는 요즘 SUV과 달리 전고가 높아 의외로 쾌적했습니다. 3열 승객을 위한 편의 장비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아서 아쉽지 않았고, 나름 편안한 시트와 널찍한 쿼터 글래스 덕분에 답답함이 덜했습니다.
이 차는 로터리식 시동 장치이고, 스마트키는 나름 예쁘게 꾸며져 있고, 묵직해서 키를 돌리는 재미도 있어서 흔하디흔한 버튼 식보다 오히려 낫다고 느껴졌습니다.
가장 먼저 와닿았던 건 확연히 적은 소음과 진동이었는데, 같은 회사의, 같은 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8년이나 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음 및 진동 처리가 꽤나 준수했습니다.
고속으로 갈수록 안정적인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고, 캡티바의 보령 미션에서 구박 봤던 변속 느낌도 별다른 특이점 없이 매끄러웠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로 변경된 이 신형 캡티바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 유압식에서 랙 타입의 R-EPS로 변경된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조향감이 꽤나 타이트해졌고, 그에 맞춰 서스펜션도 손을 봤는지 좌우 출렁임도 적어지면서 나름 최신 차량 다운 주행 감각을 전달했습니다.
무엇보다 연비 부분에서 변화가 상당했는데, 한번 가득 주유할 때 주행거리가 확연하게 늘어났고 유류비 역시 체감될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번에 만나본 캡티바는 볼드하게 달린다는 시초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처럼 그 생김새만큼이나 굵직한 느낌 SUV 기대하는 두툼한 주행감을 그대로 간직한 모델이었습니다. 큰 차도 최대한 작은 차처럼 최대한 날렵하게 만들기 바쁜 요즘 SUV 트렌드와는 확실히 동떨어진 느낌이 강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은 느낌이 있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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