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은 친정에 올 때마다 인사도 제대로 하기 전에 냉장고 문부터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습니다.그런데 딸은 늘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날 저는 한동안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습니다.

오자마자 냉장고를 여는 딸
딸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닫았습니다. 뭘 찾느냐고 물으면 딸은 그냥 보는 거라며 웃어넘겼습니다. 버릇없다는 생각에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넘어간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딸의 이상한 습관은 몇 달째 이어졌습니다.

딸이 몰래 채워 둔 것
어느 날 딸이 돌아간 뒤 냉장고를 열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어 있던 칸마다 반찬통과 과일이 가지런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은 어느새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딸은 냉장고를 보며 제가 끼니를 잘 챙기는지 살피고 있었던 것입니다. 빈칸이 많은 날이면 다음에 올 때 그만큼 더 채워 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딸에게 건넨 한마디
그날 저녁 딸에게 전화를 걸어 냉장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딸은 엄마가 혼자 밥을 대충 먹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말로 물으면 괜찮다고만 할 것 같아 냉장고로 확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괜찮은 척했던 제 모습이 딸에게는 다 보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딸이 오는 날 함께 장을 보고 함께 밥을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자식은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작은 흔적으로 안부를 살피곤 합니다.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자식들은 생각보다 잘 알아챕니다.오늘은 자식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 대화가 서로의 걱정을 덜어 주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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