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을 우습게 여기는 항공사가 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
"아빠, 우리 언제 내려요? 답답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곧 출발할 거야."
"하지만 아빠, 우리가 여기 온 지 벌써 8시간이 지났어요."
"알아, 다들 힘들어. 하지만 어떡하겠니, 항공사에서 아직 아무 말도 없어."
이 대화는 어느 한 항공사의 11시간 지연 사태 당시 공항에서 있었을 법한 한 가족의 대화다. 지친 아이의 목소리,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의 반응. 이는 수백 명의 승객들이 겪었을 고통의 축소판이다.
당시 항공사의 11시간 지연 사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한국 항공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운영 실수를 훨씬 뛰어넘는, 고객에 대한 심각한 경시와 항공사로서의 자격 미달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승객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갈 때쯤, 많은 이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항공사가 하늘을 날 자격이 있는가?'
이 사태는 항공 산업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은 기업이 투입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항공의 서비스 품질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11시간이란 시간은 인천에서 파리나 런던까지 날아갈 수 있는 거리다. 이 시간 동안 승객들은 유럽의 에펠탑이나 빅벤을 구경하며 휴가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객들은 이 긴 시간을 좁은 공항에 갇혀 보내야 했다.
긴 지연 시간 동안 승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편을 겪었으며, 일부는 공황장애 증상까지 호소했다. 승객들이이 경험한 것은 불편와 기만뿐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보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항공기를 교체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기업이 고객을 기만하고 우습게 여기는 행위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항공사 보상 기준은 유럽연합(EU)에 비해 현저히 관대하다.
EU는 항공사 귀책사유로 인한 지연·결항 시 최대 600유로(약 88만원)의 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보상 체계는 항공사의 부당한 행위를 억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이는 항공사들이 고객의 권리를 경시하는 행태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의 사례는 이러한 접근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2017년 4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발생한 승객 강제 하기 사건은 전 세계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데이비드 다오 박사가 오버부킹된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가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이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 사건의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다오 박사와 비공개로 고액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 이후 유나이티드 항공이 오버부킹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는 점이다.
자발적 하차에 대한 보상금을 최대 $10,000까지 올리고, 이미 좌석에 앉은 승객을 강제로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항공업계 전반에 걸쳐 고객 서비스 정책을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태는 한국 항공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은 항공사들에게 강력한 경각심을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항공 산업의 서비스 품질과 안전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단순히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의 서비스 품질과 안전 수준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항공사들은 고액의 배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와 고객 서비스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항공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을 계기로 한국 항공 산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 안전 관리 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 등이 시급히 필요하다.
고객의 기본적인 권리와 안전을 무시하는 항공사는 더 이상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강력한 제재와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한국 항공 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승객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