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 “취향 같은 사람만 만난다”… ‘알고리즘 관계’ 맺는 청년들

조율 기자 2024. 6.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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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나 취향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피로를 느껴요."

사용자의 평소 관심사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SNS의 '알고리즘'처럼 자신과 취미·환경 등 공통점이 있는 사람만을 골라 만나는 '알고리즘 관계' 현상이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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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500명 ‘2024 관계실조 보고서’
응답자 72% “자신과 취미·취향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 어렵다”
“고민 나눌 깊은 관계 없어”46%
양극화·청년 고립 심화 우려

“취미나 취향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에 피로를 느껴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연봉의 차이나 경제적 지위, 성격 차이가 나지 않는 관계가 좋아요.”

“친구를 만날 시간에 일 관련 공부를 하거나 부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기회비용처럼 느껴져요.”

요즘 청년들이 말하는 ‘관계 맺기’ 방식이다. 사용자의 평소 관심사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SNS의 ‘알고리즘’처럼 자신과 취미·환경 등 공통점이 있는 사람만을 골라 만나는 ‘알고리즘 관계’ 현상이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양실조에 빗대어 청년세대가 ‘관계 실조(關係 失調)’를 겪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사회 양극화와 청년 고립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사단법인 ‘오늘은’이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만19∼29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청년세대 관계실조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1.6%는 ‘자신과 환경적 조건이 비슷한 사람만 만난다’고 답변했다. 72.0%는 ‘취미, 취향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과는 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했고, 63.4%는 ‘취미, 취향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이유로 ‘관계 맺는 것의 피로함’ ‘관계 맺기에 사용할 시간과 비용의 부족’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청년들은 이미 맺은 인간관계에서도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일주일 평균 16명과 574.7분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들의 46.8%는 그들과 개인적인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의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청년세대의 깊은 인간관계의 부족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 취향이 비슷하지 않은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다’고 답변한 청년들은 ‘연대와 실천을 통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 비율이 전체(52.8%)에 비해 23.8%포인트 낮은 29.0%에 불과했다. ‘지금보다 친밀한 관계가 늘어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청년들은 36.1%만 이에 동의했다.

청년 심리를 연구해 온 김선현 마음지붕트라우마센터장은 “청년들은 고물가·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육체적·정서적으로 소진돼 나와 다른 타인과의 시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는 청년들을 관계적으로 고립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에 대한 포용심을 떨어트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다양한 청년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회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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