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시설당직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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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인데 제사도 못 지내고, 가족들도 볼 수 없으니 미안할 따름이죠."
경기 수원시 한 중학교에서 시설당직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다음날 아침 8시 30분까지 화재 및 안전사고에 대비해 학교에 머문다.
15년째 시설당직원으로 근무한 김씨는 명절에 단 한번도 고향에 내려가거나 친지와 함께 지내본 적이 없다.
화성시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시설당직원 장모(68)씨도 올해 명절 연휴를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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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동안 토요일, 추석 당일만 휴무
고향 방문, 가족과 시간 보내기는 꿈도 못 꿔
무급 휴가 신청하려고 해도 월급 줄어 '부담'
'감시·단속적 노동자' 분류…휴게시간 적용 배제
시설당직원 "근무 인정 시간 늘리고, 유급휴일 달라"
"장남인데 제사도 못 지내고, 가족들도 볼 수 없으니 미안할 따름이죠."
교사와 학생 모두가 떠난 오후 4시 30분, 김모(79)씨의 일과가 시작된다. 경기 수원시 한 중학교에서 시설당직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다음날 아침 8시 30분까지 화재 및 안전사고에 대비해 학교에 머문다.
근무일수는 토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명절도 예외는 없다. 일반 직장인은 14일부터 18일까지 5일을 쉬지만, 김씨에게 주어진 휴일은 토요일(14일)과 명절 당일(17일) 이틀 뿐.
15년째 시설당직원으로 근무한 김씨는 명절에 단 한번도 고향에 내려가거나 친지와 함께 지내본 적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아들, 딸 내외와 간단히 식사만 하기로 했다. 김씨는 "일반인들에게 이번 명절은 연휴지만, 우리에게는 징검다리 휴일"이라며 "매년 명절을 학교에서 보내다 보니 시골에 내려가 부모님 산소를 찾거나 형제들을 집으로 부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시설당직원 장모(68)씨도 올해 명절 연휴를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올해는 고향을 방문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장씨가 한달 꼬박 일해서 받는 월급은 150여만원. 명절에 쉬면 무급휴가로 분류돼 월급이 20만원 이상 줄어든다. 장씨는 "지금 받는 월급만으로도 생활이 어려운데, 더 줄어드면 공과금 내기도 힘들어 진다"며 "먹고 살기 위해서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16시간 일해도 근무 인정은 6시간…최저시급도 못 받아
시설당직원은 교직원들이 퇴근한 뒤부터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학교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다. 2002년 이전까지는 교사가 이같은 업무를 맡았지만, 교원 업무 경감 차원에서 학교 및 시·도교육청이 전담 인력을 위탁 또는 용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시·도 교육청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경기도 소재 시설당직원의 경우 오후 4시 30분에 출근해 오전 8시 30분까지 16시간 동안 학교에 머물며 대부분의 시간을 시설 점검 등을 위해 보낸다.
하지만 16시간 중 6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받는다. 이들이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 연장근로 제한규정, 휴게시간과 관련된 규정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10시간은 사실상 공짜 노동인 셈이다.
'교육부 및 전국시도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간 2023년 단체(임금) 협약서'에 따라 이들이 받는 월급은 148만9500원. 근무시간을 16시간으로 계산하면 시급은 5천원으로, 올해 최저 시급(9860원)의 절반 수준이다.
명절을 비롯한 공휴일도 근무일로 지정돼 있어 일수만큼 월급에서 차감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노동자에게 명절은 통상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는 시간"이라며 "당직 노동자 이런 권리를 박탈당했음에도 마땅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당직원 "근무 인정 시간 늘리고, 명절 유급휴일로 전환해야"
시설당직원들은 근무인정 시간을 8시간으로 늘리고,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전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당직원 8시간 임금제를 즉각 시행하고, 시설당직원 처우개선안 책임지고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성지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은 "시설당직원은 명절 공휴일의 시작과 끝을 근무해야 하는 근무형태 특성상, 다른 노동자처럼 5일의 연휴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며 "그 댓가로 주어지는 임금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의 절반도 안되는 6시간분의 임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로 물가가 치솟고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당직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될 동안 경기도교육청은 계획 수립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현장 노동자의 최소한의 목소리조차 무참히 짓밟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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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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