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기 못하는데요" 천만 영화 출연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던 여배우

봉준호 감독 눈도장 찍고도 두려움에 사양…한국 영화사 바꾼 고아성의 비하인드

2006년 개봉해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괴물에게 납치당한 여중생 '박현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배우 고아성이 정작 처음에는 이 역할을 거절했다는 일화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고아성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2005년 방송된 MBC 드라마 ‘떨리는 가슴’에서 시작됐다. 당시 드라마 에피소드 중 한 편에 출연했던 고아성의 자연스럽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눈여겨본 봉준호 감독은 그를 차기작 ‘괴물’의 핵심 인물인 박현서 역으로 직접 낙점했다.

하지만 제안을 받은 고아성의 첫 반응은 뜻밖에도 "출연하지 않겠다"는 거절이었다.

당시 10대 초반이었던 고아성은 쟁쟁한 대선배들과 거장 감독이 이끄는 대작 프로젝트에 자신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는 무게감과 압박감 속에서, 고아성은 감독에게 "저는 연기를 잘 못한다", "자신이 없다"며 정중히 고사 의사를 밝혔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작품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고아성에 대한 확신을 꺾지 않았다. 봉 감독은 어린 배우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거듭 설득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고아성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든든한 신뢰를 보냈다.

감독의 확고한 믿음 덕분에 고아성은 마침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이후 고아성은 하수구와 차가운 강물, 비좁은 공간을 오가는 극한의 육체적 촬영을 대역 없이 온몸으로 소화해 내며 제작진의 기대를 뛰어넘는 열연을 펼쳤다.

공포 속에서도 어린아이를 지키려는 당찬 눈빛과 생생한 표정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괴물'은 역대 최단기간 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갈아치우며 1,301만 관객을 모았고, 고아성은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 만 14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신인여우상을 품에 안으며 충무로 최고의 유망주로 우뚝 섰다. 나아가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할 뻔했던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발돋움한 고아성의 캐스팅 비화는, 거장의 안목과 한 배우의 진중한 태도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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