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② 정부의 쌀값 방어 정책, 무엇을 놓치고 있나?
쌀값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는 쌀값 방어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쌀 생산을 줄이는 농가를 위한 유인책으로 ‘전략작물 직불제’를 제시한 것입니다. 기존 쌀 외에 가루쌀·밀·콩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쌀 생산량 감소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또, 쌀 소비가 계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재배면적 신고제'와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 도입을 검토해 재배 면적을 줄여갈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농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토크ON에서는 정부의 쌀값 방어 정책 내용을 살펴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궁금한 것은 농업계의 최대 현안이 쌀값 폭락이라는 것은 해마다 이런 얘기가 안 나오면 그 해는 운이 좋은 해고, 거의 매년 나온 것 같은데, 이게 반복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이번에는 교수님께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나요?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쌀값의 경우에는 시장 원리에 의해 가장 효율적인, 소위 얘기하는 시장 청산 가격으로 수렴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만 맡겨두었다면 가격은 더 떨어지고, 이에 따라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농업 경영인의 쌀 생산량은 감소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농업인의 소득 지지를 위한 정부의 개입이 시장 가격의 왜곡을 가져왔고, 이 신호에 맞춰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농업인들은 감산에 의지가 생길 수가 없습니다. 초과 공급이 발생하는 한 가격은 하락합니다. 결국, 소득 지지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자율에 의한 수급 균형 달성에 오히려 독이 되고, 이러한 단기적 정책 대응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근본적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농민들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이제는 정부의 개입은 더 이상 안 된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정부의 다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어떤 정책이 있죠?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그러니까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은 가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산량은 가격만 유지해 주면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농정을 돌아보면 그런 추세로 직불제를 도입한다거나 여러 가지 재해 보험을 도입한다거나 이런 정책들을 도입하는 중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의 진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요,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면, 쌀이 과잉 공급되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정부가 매년 양정 자료를 발표합니다. 그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12년 동안 쌀 자급률 100%를 넘어선 해가 과연 몇 번 있겠습니까? 4번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45년 만에 쌀값 폭락을 일으켰던 2022년의 경우에도 쌀 자급률은 104.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 100%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쌀이 남아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쌀이 남아도는 쌀의 실체는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수입 쌀인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쌀값을 보장하면 과잉 생산이 유발된다는 정부 논리가 있습니다. 쌀값을 보장하면 과연 과잉 생산이 될까요? 쌀값이 가장 높았던 해를 보면 오히려 쌀 재배 면적은 줄어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쌀은 계절적인 영향, 기후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쌀값 보장과 과잉 생산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동의하는 부분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소득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동의가 됩니다. 왜냐하면 작년 농가의 농업 소득이 1,100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농사를 지어서는 살 수 없는 경제적 형편이 우리 농민들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가 만약 일정 정도의 기본 소득을 보장해 준다면, 농민들이 생산하는 방식의 문제라든가 가격 불안정성 문제, 그리고 농촌 인구 유입 문제 등을 풀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수입 쌀 대체 얼마나 들어오고 있고 주로 사용되는 용도는 어떻습니까? 또 수입 쌀 사용 용도를 조정하게 되면 지금의 쌀값 폭락 사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을까요?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쌀 시장 개방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정부가 2004년 쌀 협상 개시 의사를 밝힌 이후에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을 거쳐 2015년에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됐습니다. 이 유예 기간에는 대신에 2013년 국내 소비량의 약 9%, 사무총장님께서 말씀하신 40만여 톤을 5%의 세율로 저율로 의무 수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량은 개방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그 외에 추가로 고율 관세, 즉 513%가 적용되는 수입 수량은 미미했고, 관세화 이후에 밥쌀용 TRQ라고 불리는 밥쌀용은 4만 톤 미만이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들인 물량을 초기에는 시장에 거의 그대로 내보냈지만, 그 이후에는 판매 물량을 줄였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보시는군요. 금시면 처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저희는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40만 8,700톤은 전체 생산량의 11% 정도입니다. 올해 경기도의 수확량 예상치가 38만 톤 정도 되거든요. 경기도가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이 매년 들어오고 있고요.
이렇게 수입된 쌀이 어디로 들어가냐 하면 가공용으로 가장 많이 들어갑니다. 햇반, 컵반, 그리고 떡류 이런 용도로 가장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거죠. 그게 전체 물량의 5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시장에서 다소 격리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료용으로 들어가는 것은 3.6%밖에 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정을 제외하고 식용으로 가능한 가공용으로 수입쌀이 들어오다 보니까 국내 쌀이 가공용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반면 일본은 전체 수입쌀에서 사료용으로 들어가는 것이 거의 60%가 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처럼 수입되어서 들어오는 쌀을 시장에서 일정 격리할 수 있는 요건이 될 수 있는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농민들의 의견이고요.
또 하나는 2022년에 저희 정부가 4만 5,000톤 정도를 해외 원조,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공급했습니다. 즉 수입된 쌀을 해외 원조용으로 사용하자 그래서 수입쌀 용도를 조정해 보자는 것인데, 농민들이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수입쌀 용도 조정에 대한 민간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쌀 소비량, 자급률을 고려하면 정부 양곡 정책은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이 쌀 소비량이라든가 자급률을 고려하면 쌀은 계속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상태 정도는 최소한 유지되어야 한다고···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예, 그렇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죠. 식량 안보 측면에서 주곡인 쌀의 재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하셨던 대로 쌀 자급률이 실제로는 거의 100%에 육박하고, 쌀이 부족해서 쌀을 못 먹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료 곡물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2% 정도, 그다음에 전체 식량 자급률은 50%를 밑돌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곡인 쌀만 충분히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는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양곡 정책에 대해서 약간 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 그러면 그 부분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략 작물 직불제라는 걸 시행한 데 이어서 지역별로 감축 면적 할당 같은 대책도 내놨다고 합니다. 그다음에 햅쌀을 사료용으로 쓰겠다고 한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해서 여러 가지 의미에서 파문이 있기도 합니다. 일단 정부의 쌀값 방어 정책에 대한 실효성,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시는 분들 어떻게 느끼시는지 듣고 김 교수님, 그다음 말씀 듣겠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금시면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사무처장]
정부의 쌀 수급 대책에 대해서 현장에서는 분노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햅쌀을 사료용으로 쓰다니. 그리고 2023년 구곡을 공공 비축미로 매입한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 햅쌀을 사료용으로 전환해서 매입하겠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발상의 전환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정부가 계속 적정 생산 체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 지역별로 감축량 그리고 감축을 이행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적정 생산에 비해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감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농민들의 경작권을 훼손하는 아주 심각한 농민 기본권에 대한 침해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정책 평가 먼저 한번 해 주시죠. 실효성이 있는지.
[김승규 경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에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국가 난제를 인구 절벽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정부 정책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여러 가지 해프닝도 일어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실효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쌀값 방어 정책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거나 소비를 늘리고자 하는 정책 목표는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 격리 등을 통해 시장의 쌀값을 지지하려는 정책과의 충돌에 있습니다.
정책 조합을 통해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을 감축하면서 쌀값을 지지하는 정책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의 지지는 생산량 감소라는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쌀값 방어 정책의 실제 효과가 두드러지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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