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이태원 클라쓰 넘었다… JTBC 역대 시청률 4위 등극

2023년 방영된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종영했다. 드라마는 20년 차 베테랑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파란만장한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냈다. 흔한 의학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메디컬 드라마의 탈을 쓴 한 여성의 처절하고도 유쾌한 성장 서사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닥터 차정숙’의 주인공은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다시 의사 가운을 입게 된 가정의학과 1년 차 레지던트다. 일반적인 의학 드라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응급실이나 고난도의 수술실을 배경으로 박진감을 선사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감기, 비만, 갱년기 질환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질환을 다루는 가정의학과가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타과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편견을 보내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오히려 이런 가정의학과의 ‘생활 친화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피곤해서 찾고, 기침이 나서 찾으며 마땅히 어느 과에 가야 할지 모를 때 방문하는 이곳은 우리네 일상과 가장 닮아 있다. 제작진은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의학적 긴박함을 차정숙이 외과로 파견 나가는 설정을 통해 보완하며 영리하게 극을 이끌었다.
차정숙의 성장기, ‘캔디’보다 독한 20년 주부의 내공
배우 엄정화가 열연한 차정숙은 ‘들장미 소녀 캔디’조차 혀를 내두를 법한 인물이다.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그는 동기들이 교수나 개업의로 승승장구할 때 살림의 여왕이자 제사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예과 2학년 시절 속도위반으로 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에게 맡겨가며 이를 악물고 공부했으나 사고를 당한 아들과 새로 태어난 딸을 위해 결국 자신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위안하며 살아왔지만 완벽했던 평화를 뒤흔드는 초대형 사건을 겪으며 각성한다. 사투 끝에 돌아온 정숙은 오랜 고민 끝에 20년 전 포기했던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력 단절 여성이 사회의 편견과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도덕군자의 이중생활, 서인호라는 입체적 캐릭터
김병철이 연기한 남편 서인호는 극의 재미와 갈등을 극대화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도덕군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극단적인 이중생활을 즐기는 인물이다. 바쁜 병원 핑계로 집안 대소사는 물론 가족의 생일조차 챙기지 않았으며 모든 가사는 정숙의 몫으로 치부했다. 아내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고된 시집살이를 견뎌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잊은 지 오래다.

자기애가 강하고 품위와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정숙이 자신과 아들이 있는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겠다고 선언하면서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풍비박산 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서인호의 당혹감과 옹졸한 태도는 극에 풍성한 재미를 더하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청률로 증명한 ‘차정숙 신드롬’
‘닥터 차정숙’은 방영 내내 흥미로운 시청률 추이를 보였다. 경쟁작인 SBS ‘낭만닥터 김사부 3’의 영향으로 토요일 시청률은 다소 고전하기도 했으나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12회에서는 시청률 18.4%를 기록하며 ‘대행사’와 ‘이태원 클라쓰’를 제치고 JTBC 역대 시청률 4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비록 후반부에 접어들며 시청률 정체기를 겪어 20%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최종 18%대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중장년층 여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더불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열광한 전 세대의 공감이 만들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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