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자식의 살림집을 처음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견함 대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휩싸이는 6070 부모들이 많다.
남들처럼 풍족하게 보태주지 못해 유난히 좁고 허름해 보이는 자식의 집을 마주하는 순간 미안함이 후회로 바뀌기 때문이다.
평생 열심히 살았음에도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무능한 죄인이 된 것만 같아 밤새 가슴을 쥐어뜯는 부모들의 속사정을 알아본다.

주변 친구들은 자식 결혼할 때 집값을 억 단위로 보태줬다는 자랑을 들을 때마다 내 능력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정작 내 자식은 낡고 좁은 방에서 힘들게 시작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부모로서의 자괴감이 극에 달한다.
더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게 밀어주지 못한 내 무능함이 자식의 앞길을 막은 것 같아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결혼을 하고도 여유가 없어 밤낮으로 일하며 피곤에 지든 자식 부부의 얼굴을 마주할 때 부모의 가슴은 사정없이 찢어진다.
우리가 든든하게 밑천을 대줬더라면 저렇게까지 몸이 부서져라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힘든 내색조차 제대로 못 하고 부모 앞에서 억지로 웃어 보이는 자식의 모습은 오히려 미안함을 배가시킨다.

번듯한 새 가구나 가전제품 하나 없이 어디서 얻어온 듯한 낡은 물건들로 채워진 자식의 거실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혼수 하나 제대로 빵빵하게 해 먹이지 못한 못난 부모라는 생각에 자식 집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남들처럼 번쩍이는 살림살이로 채워주지 못한 미안함에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그저 먼 산만 바라본다.

돈을 많이 보태준 상대방 사돈댁에 비해 우리가 해준 것이 없다 보니 내 자식이 혹시나 기죽어 지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실제로 은연중에 상대 집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자식의 태도를 포착하는 순간 부모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부모의 경제력이 부족해 자식까지 사돈댁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 평생 바쳐 일한 세월이 허망하다.

결혼 당시 자식이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쩔 수없이 거절했던 기억이 뒤늦게 가슴을 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그때의 선택이 두고두고 후회되며 차라리 다 쥐여줄 걸 그랬다는 미련이 남는다.
결국 자식 집에 다녀온 뒤 남는 것은 자식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전부 내 탓이라는 무거운 죄책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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