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매거진=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푸조가 국내에서의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운전의 재미가 남다른 해치백 모델 308을 중심으로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내세운 것.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1.2 퓨어테크 엔진을 탑재한 가솔린 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며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고, 거기에 이어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꺼내들었다. 과연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이 전략은 유효할까. 흥미롭게도 개인적인 일로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푸조의 308 SW 1.2 MHEV 모델을 경험하게 됐다.
날렵하면서도 매끄러운 외관으로 여러 소비자의 마음을 매료시키던 308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면, 국내 인식이 좋지 못한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제조사와 수입사, 판매사 등의 사정이 묶여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뿐이다.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국내에 새롭게 선보이기 시작한 1.2 스마트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다.

308 SW는 푸조의 베스트셀링 해치백 308의 뒷부분을 늘려 실용성을 강조한 스테이션 왜건 모델이다. 차체 길이의 경우 308 해치백이 4,367mm, 308 SW가 4,636mm다. 이 길이는 오롯이 2열 이후 수납 공간에 할애했다. 휠베이스 역시 308 해치백이 2,675mm, 308 SW가 2,732mm에 달하기 때문에 수납공간의 부족함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확보한 공간은 27인치 캐리어 2개를 싣고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길어진 몸매 덕분에 외관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전면부의 경우 푸조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동일하게 적용돼 매끄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후면부의 경우 308 해치백이 좌우 테일 램프가 연결되는 형태였다면, SW 모델은 이를 분리, 좌우 폭과 위아래 높이를 한층 강조한 형태다. 테일램프 형상 자체도 두께를 늘려 존재감은 높이고, 시인성과 세련미는 강조했다.

늘어난 길이만큼 C 필러와 D 필러 사이에 쿼터 글래스가 추가됐다. 덕분에 2열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한층 좋다. 뒤쪽에서부터 길게 이어지는 측면 유리는 실내의 분위기도 개선해주는 요소. 그러면서도 308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내 구성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함을 선사한다. 세부 제원으로 볼 때는 2~6mm 가량 차이나는 부분도 있지만, 크게 체감되진 않는다.
운전석의 경우 308 해치백과 동일하다. 다만 이번에 탄 308 SW 모델의 경우 이탈리아 렌터카 업체 놀레지아레(Noleggiare)를 통해 대여했기 때문에 기본 언어 설정이 이탈리아로 되어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국내 출시 모델과 동일하게 한국어 언어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 이 경우 기본 탑재된 TomTom 내비게이션 역시 우리말로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생소한 유럽 도로에서도 수월하게 운행이 가능하다. 물론, 한글화를 제대로 거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어색한 점은 있다.

파워트레인은 1.2리터 퓨어테크 가솔린엔진과 15.6kW 전기모터,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엔진만으로 낼 수 있는 총 출력은 약 136마력, 합산 총 출력은 145마력을 발휘한다. 국내 출시된 308 해치백 스마트 하이브리드와 같은 e-크리핑, e-론치, e-큐잉, e-파킹 등의 기능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출발과 매끄러운 엔진의 개입이 일품이다. 복잡하고 불친절한 유럽의 도로에서도 매끄럽게 치고 나가는 가속성능은 308 SW에게 꽤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한다.
고속도로를 치고 나가며 308 SW 하이브리드의 매력이 다시금 드러난다. 308 해치백보다 긴 차체와 축간거리는 다른 운전의 재미를 전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날카롭고, 매끄러운 핸들링이 바탕이다. 왜건 특유의 실용성을 위해 고속 안전성을 높이고, 예리함은 살짝 눌렀지만 숨길 수 없는 감각이 있다.

연비 역시 흠잡을 곳이 없는 수준.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해 나폴리와 포지타노, 아말피를 거쳐 다시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돌아오기까지 600km에 가까운 거리를 주행했다. 하지만 연료 게이지는 1/4을, 앞으로 330km를 더 주행할 수 있다는 알림을 띄운다. 물론 트립 컴퓨터의 연비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고,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308 SW mhev의 연료탱크 용량은 약 40리터. 30리터로 600km를 주행했기 때문에 20km/L에 가까운 실연비를 보여준 셈이다.
국내에선 아직 308 해치백 스마트 하이브리드 모델만 만나볼 수 있다. 308 SW 모델이 국내에 출시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푸조는 그간 꾸준히 왜건 모델에 대한 시도를 해왔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 만큼 쉽지 않은 것이 왜건 시장이다. 실용성으로 무장한 파워트레인이라면, 왜건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도 좋을 일이다.
과연, 국내에서 실용성으로 똘똘 뭉친 308 SW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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