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SK해운 매각과 관련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력한 인수후보이자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인 HMM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원매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 SK해운을 인수해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이뤄냈지만 국내 해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HMM의 협상력과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앞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선사인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회사에 매각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올해 8월 HMM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새로운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협상 결렬의 이유는 가격 차이로 알려졌지만 이면에는 HMM의 독점적 지위와 협상력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조원대의 몸값을 감당하면서 SK해운의 주력인 탱커·가스선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SI는 HMM이 유일하다.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등 후보군은 자금여력이 부족하거나 비계열 물량을 보수적으로 인식해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작다.
시장에서는 HMM도 이 같은 사실을 활용해 M&A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MM 컨소시엄이 현대LNG해운을 매각할 당시에도 인수가격 등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IMM 측이 해외 매각을 시도하다 여론 악화로 실패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협상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IMM은 2023년 HMM과의 협상이 무산된 후 최근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지만 해운 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현대LNG해운 매각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 매각을 저지하고 안정적인 전략물자 공급망을 확보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K해운 역시 한국가스공사 등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해외 매각을 시도할 경우 유사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SK해운은 2018년 한앤코를 대상으로 신주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고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거쳐 알짜회사로 탈바꿈했다. 2017년 말 2517%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36%까지 하락했다.
다만 한앤코로서는 SK해운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급박하지 않다. 2019년 10월 SK해운 인수를 마친 한앤코의 펀드는 2027년에 만기 도래해 엑시트까지 시간이 충분하다. 펀드에 투자한 유한책임사원(LP)은 대부분 해외 투자자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 입장에서는 SK해운을 우량 매물로 만들었지만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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