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유튜브·쿠팡 조사 반발하는 소비자에 곤혹스런 공정위
공정위, 유튜브 동영상·뮤직 분리 판매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요구
MS ‘끼워팔기’와 유사한 유튜브 사례… 공정위 철퇴 내릴 듯
쿠팡 ‘끼워팔기’ 조사 중, 제재 여부는 독점성 판단이 관건
구글과 쿠팡의 ‘끼워팔기’ 행위를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일부 소비자가 예상 밖의 반발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5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글이 유튜브에 유튜브 뮤직을, 쿠팡이 와우 멤버십에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를 ‘끼워팔기’ 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하면 동영상 서비스와 함께 유튜브뮤직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과 유튜브 뮤직 단독 상품(1만1990원)만을 판매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도 별도로 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이 출시되면 멜론이나 지니뮤직 등을 구독하던 사람들이 기존 상품을 해지할 필요 없이 유튜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평소 음악을 듣지 않는 소비자들은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광고 없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에서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이 프리미엄 상품 가격의 약 60%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상품을 분리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쿠팡도 공정위의 ‘끼워팔기’ 조사 대상입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역시 이 세 가지 서비스를 분리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끼워팔기가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초래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소비자가 이런 것들에 대해 혜택을 얹어주는 ‘덤’이라고 인식하며 반발하는 것입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공정위 조사로 인해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에서 유튜브뮤직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에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자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조사로 인해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들이 당장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추후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공정위는 현재 심사보고서를 구글코리아에 전달했으며, 구글코리아는 아직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의견서 제출 이후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해 이르면 연말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일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사건과 유사합니다. 당시 MS는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포함시켜 경쟁사인 넷스케이프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고, 결국 넷스케이프는 시장에서 도태됐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MS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고, 수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며 브라우저와 운영체제를 분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공정위 제재의 핵심은 ‘힘의 전이’ 여부에 있습니다. 이는 한 시장에서 쌓은 지배력을 다른 시장으로 옮겨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MS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쌓은 힘을 다른 분야로 확장해 경쟁사를 몰아냈듯, 유튜브도 동영상 분야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음원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려 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공정위의 제재는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득을 보는 소비자와 손해를 보는 소비자가 모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책 결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정위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 정책의 당위성을 잘 설명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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