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트롱의 달 착륙 같은 업적”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돌아보는 오타니의 50-50
강력하고 꾸준하며 치우치지 않는다.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20일(한국시간) 마이애미 원정경기에서 6타수 6안타, 3홈런 2도루를 기록하며 단숨에 50홈런-50도루 문턱을 뛰어넘었다. 전날까지 48홈런, 49도루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이날 1·2회 연달아 도루를 기록했고 6·7·9회 3연타석 홈런을 때리면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날까지 오타니는 타율 0.294에 51홈런, 51도루, 120타점을 기록 중이다.
ESPN은 이날 오타니의 홈런과 도루를 몇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결론은 오타니는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고 강력한 홈런 타자인 동시에 누상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주자라는 것이다.
오타니는 이번 시즌 서로 다른 투수 50명에게 51홈런을 때렸다. 6월17일 캔자스시티전 브래디 싱어에게만 홈런 2개를 때렸고, 나머지 49홈런은 모두 다른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했다. 특정 투수를 천적 삼아 몰아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타니는 소속팀 다저스를 제외하고 리그 29개 팀과 맞붙어 뉴욕 양키스와 시애틀 2개 팀을 제외한 전 구단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상대로 가장 많은 4홈런을 때렸고, 애리조나·애틀랜타·밀워키 등 3개 팀에게 3홈런씩 때렸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26홈런을 때렸고, 양키스타디움 등 7개 구장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홈런 1개 이상씩을 기록했다. 상대도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타구 방향 분포도 이상적이다. 27차례 오른 담장을 넘겼다. 가운데로 18차례 홈런을 때렸고, 반대편 왼쪽 담장으로도 9홈런을 기록했다. 당겨서 밀어서 자유자재로 담장을 넘겼다.
동시에 오타니는 가장 멀리 때리는 타자였다. ESPN은 이번 시즌 오타니가 비거리 450피트(137m) 이상 대형홈런만 9개를 때렸다고 전했다. 6차례의 애런 저지(뉴욕양키스)를 넘어 리그 최다다. 2006년 이후 3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2017년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450피트 이상 홈런만 13개를 때렸고, 같은해 저지가 10개를 때렸다. 오타니는 2018년 MLB 데뷔 이래로 이번 시즌까지 425피트(125m) 이상 홈런은 모두 78개를 때렸다. 저지와 함께 같은 기간 리그 1위다.
시즌 중 타격에서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홈런 페이스만큼은 꾸준했다. 5월 말 9경기 동안 홈런을 못때린 게 무홈런 최장경기였다. 그 분풀이라도 하듯 6월12일부터 7월2일까지 19경기 동안 오타니는 12홈런을 몰아쳤다.
홈런만큼 이번 시즌 오타니의 도루 기록 역시 가치가 높다. 때로 도루는 그 가치를 폄하 받고는 하지만, 올해 오타니의 기록은 경우가 다르다. 55차례 도루를 시도해 4차례만 실패했다. 성공률이 92.73%에 이른다. 한 시즌 50도루 이상 기록 중 역대 3번째로 성공률이 높다.
오타니 이전까지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건 31명(49차례)이다. 이들의 평균 도루는 7.4개에 불과하다. 크고 힘 센 선수가 발까지 빠른 경우는 흔치 않다. 역대 50홈런 선수 중 30도루 기록도 이제까지 없었다.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1955년 윌리 메이스의 24도루가 최다 기록이다.
반대 방향으로 살펴도 마찬가지다. 오타니 이전 한 시즌 50도루는 241차례 나왔다. 이들의 평균 홈런은 고작 8.4개였다. 5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30홈런 이상 때린 경우도 3차례에 불과했다. 2023년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41홈런 73도루)와 1987년 에릭 데이비스(37홈런 50도루) 그리고 1990년 배리 본즈(33홈런 52도루)다.
오타니는 이날 현재까지 양대리그를 통틀어 홈런 2위, 도루 2위를 기록 중이다. 도루는 64도루의 엘리 델라크루스(신시내티)와 격차가 워낙 크지만, 홈런은 이제 진지하게 리그 전체 1위까지 노려볼 만 하다. 이날만 3홈런을 몰아치며 저지의 53홈런에 2개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대로 홈런-도루 모두 리그 2위로 마친다고 해도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1909년 타이 콥이 9홈런과 78도루로 2개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양쪽 부문에서 2위 안에 드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1909년의 야구와 2024년의 야구는 워낙 차이가 커 사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오타니는 그 115년의 간극을 뚫고 새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ESPN은 오타니의 50-50을 두고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며 “로알드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것,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한 것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과도 같다”고 했다. 다소 과장스럽게까지 들리지만, 그만큼 오타니의 50-50 기록이 대단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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