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부도 속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사기'
[편집자주]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T)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집합건축물이다. 입주사 직원의 주거 지원을 위해 기숙사를 함께 짓는 경우도 있지만 아파트·오피스텔과 같이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아 저금리시대 인기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보유 수와 상관없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 각 지자체가 도시 자족기능 확대를 위해 무분별한 분양 승인을 하며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대출 한도가 주택 대비 높은 70~80%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보니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투자 피해가 속출했다. 불법 대출, 주거 임대, 하자 분쟁 등 각종 문제들도 잇따르고 있다.

(1) "주소 안 옮기고 거주할 수 있어요" 지식산업센터의 진상
(2) 지식산업센터 이자보다 낮은 월세… '마이너스 피' 속출
(3) [르포] 정부도 속일 수 있다고 유혹하는 '지식산업센터 사기'
도시형 산업시설인 지식산업센터가 주거용 투자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 업무시설임에도 분양업체들은 주거가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입주업체의 기숙사만 가능할 뿐 실 단위의 구분 소유가 금지돼 있어 개별로 분양받아 임대를 놓을 수는 없다.
지난 5월27일 찾은 경기 구리시 구리 갈매지구 일대. 2020년부터 지식산업센터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올해까지 5개 프로젝트가 공급됐다. 외벽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목을 끈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12월 준공한 '구리갈매 서영아너시티'로 지하 5층~지상 10층에 연면적 10만5051㎡ 규모의 건물이다. 1층엔 공인중개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사무실 유리벽에는 '매매·임대', '입점 문의 환영', '공장·창고·오피스·소호 기숙사·상가 무료'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업소에는 임대 매물도 많이 보였다. 36㎡(전용면적)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 상가 82㎡ 5000만원에 400만원, 창고 9.9㎡ 200만원에 20만원 등으로 등록돼 있다.
건물 내부는 조용했다. 1층의 경우 공인중개업소와 서점, 주점 등을 제외하곤 텅 비었다. 2층 역시 2~3곳만 입점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절반 가량 공실"이라고 귀띔했다.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로 지하 2층~지상 10층에 연면적 약 10만3805㎡ 규모다. 올 12월 준공 예정이다. 제조형 '드라이브인'으로 설계됐고 구리갈매지구에선 유일하게 '라이브(live) 오피스'가 있다. 라이브 오피스는 겉보기에는 주거용 오피스텔과는 똑같이 생겼지만 사무실(오피스)로 허가를 받아 주택 규제를 피한 상품으로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과 마찬가지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3.3㎡당 분양가는 950만원으로 인근 서영아너시티 분양가(780만원)보다 비싸다. 갈매역 인근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5곳 중에서도 분양가격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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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인중개사는 "기업 직원 아니어도 전입신고 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다"며 "부모님 집에 주민등록을 둔 상태로 기숙사에서 살면 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기숙사를 분양받으라며 계약을 유도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없다고 하자 "기숙사를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월세를 내놓을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구리 갈매지구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중인 업체에 기숙사 분양을 문의하자 인근의 다른 기숙사를 추천했다. 해당 관계자는 "분양가가 조금 더 저렴하고 계약 후 등기하면 분양금의 10%를 입주지원금으로 준다"며 "시설은 오피스텔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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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없다면서도 라이브 오피스 사진을 보여주며 입주할 수 있다고 매물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으로 빌트인 냉장고, 스타일러, 화장실, 다락공간에 발코니까지 제공한다"며 "난방이나 취사시설은 준공 후 별도로 공사하면 된다"고 했다.
이처럼 불법이 성행하는 이유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준공 승인 전에만 조사가 이뤄지고 준공 후에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준공 전 주거시설 사용이 의심된다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도 합법적으로 공사하지만 준공 후 공사를 통해 용도를 변경하면 정부에서도 업체들을 일일이 관리·감독할 수가 없어 이처럼 불법이 난무하다"고 설명했다.
선종문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오피스텔보다 저렴하고 나중에 주거 용도로 가능하도록 공사를 한다면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인 걸 알면서도 계약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임차인들도 저렴한 월세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식산업센터 기숙사 등은 근로자의 생활 안전의 기회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용도로 지었던 초기 오피스텔 개념과 같아 결국 주거시설이 됐다"고 꼬집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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