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과징금 위기 속 4000억 M&A…재무여력 시험대

/사진 제공=삼양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과징금 청구서를 받아 든 삼양사가 4000억원에 일본 기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전략적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형 자금 유출이 겹치면서 재무완충력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용평가사는 인수에 따른 사업다각화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차입 부담 확대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동시에 경고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사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일본 향료·아로마케미칼 기업 소다아로마틱 지분 100%를 취득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410억엔(약 3877억원)으로 삼양사 연결 자산총계(지난해 말 기준 3조6254억원)의 10.7%에 달한다. 취득 예정일은 올해 7월1일이며 일본 현지 종속법인 삼양코퍼레이션재팬을 통해 현금으로 지분을 사들인다.

소다아로마틱은 1915년 도쿄에서 설립된 향료·향장 전문기업이다. 식품에 쓰이는 향료와 화장품용 향장, 락톤 등 아로마케미칼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일본·중국·대만·태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 7개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연간 매출은 약 1759억원(2025년 3월 말 기준)이다. 삼양그룹으로서는 첫 일본 기업 인수이자 식품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M&A)으로 해외 거점을 확보하는 최초의 사례다.

과징금 2249억에 M&A 3877억…6000억원 유동성 부담

삼양사는 M&A를 이사회에서 결의하기 직전 대형 과징금 관련 공시를 잇달아 냈다. 앞서 설탕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1302억원이 확정됐고 밀가루 담합과 관련해서도 과징금 947억원이 추가로 부과됐다. 과징금 합산액은 2249억원이다. 다만 과징금 이슈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고 인수작업 역시 상당 기간 이전에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공시 타이밍이 M&A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징금과 인수에 드는 현금을 모두 더하면 6126억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삼양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90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2234억원으로 단기 유동성만으로 전체 자금 소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징금이 한꺼번에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완충 요인이다. 설탕 과징금 1302억원은 6회 분할납부로 고지됐으나, 현재 삼양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서울고법은 6월30일까지 납부명령 효력을 정지시켰다. 소송 결과에 따라 납부 여부와 일정이 바뀔 수 있다. 밀가루 과징금 947억원의 납부기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단기 현금유출 압박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인수 완료 이후 삼양사의 순차입금은 3368억원에서 6804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순차입금의존도도 10.8%에서 19.3%로 올라서 차입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신평의 판단이다.

등급 트리거 이미 경계선…M&A 방향은 긍정적

한신평은 삼양사의 신용등급(AA-, 안정적) 하향 가능성이 커질 요인으로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8% 미만, 또는 순차입금/EBITDA 3배 이상을 제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양사의 EBITDA/매출액은 7.1%로 이미 하향 트리거 아래에 있다. 한신평은 인수 완료 이후 이 수치가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순차입금/EBITDA도 현재 2.4배에서 인수 이후 3배 안팎으로 올라설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사의 소다아로마틱 인수 전략은 설득력을 가진다. 소다아로마틱의 영업이익률은 10.4%로 삼양사(지난해 연결기준 4.4%)의 2배를 웃돈다. 삼양사는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기초소재 중심의 내수 식품사업에서 수익성 하향 압력을 받고 있어 고마진 스페셜티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중장기적으로 유효한 방향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하지만 편입 시너지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당장은 재무지표 악화가 부담이다. 한신평은 신사업 편입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해외사업의 이익기여도 확대 여부를 주요 모니터링 지점으로 제시하며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자금 유출이 맞물린 시점에 성사된 M&A인 만큼 재무안정성 회복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과징금으로 현금흐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투자는 당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인 글로벌 스페셜티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검토하며 추진됐다"며 "과징금 분할납부는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신청해 허가를 받았으며, 투자재원은 기 보유 자금과 일부 차입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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