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차세대 메모리…낸드 HBF 개화 시동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추세에 힘입어, AI 반도체 생태계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을 향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AI 반도체로 잘 알려진 HBM(고대역폭메모리)외에도 최근 HBF(고대역폭낸드플래시) 등 새로운 메모리 등장이 예고됐다. 업계는 HBF가 본격 개화되면 D램 대비 비교적 주목을 덜 받던 낸드플래시 진영도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또 다른 한 축으로 불리는 낸드플래시 진영도 HBF가 새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낸드플래시 여러개를 병렬로 묶은 SSD와 달리, HBF는 HBM과 마찬가지로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적층하는 형태다. HBM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훨씬 커 발열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HBF의 부상은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AI가 처리하는 정보의 양이 날로 방대해지면서 끊김 없이 거대 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게 필요해진 것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향후 10년 뒤 HBF가 HBM 시장을 역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는 2037년을 전후해 HBF가 HBM의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선행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기업 샌디스크와 차세대 HBF 글로벌 표준화 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은 세계 최대 개방형 데이터센터 기술협력체인 OCP 산하에 협업체계를 구성하기로 했다. HBF 업계 표준 개발 작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정식 출범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과 낸드 분야에서 쌓은 설계·패키징 기술과 대량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HBF의 빠른 표준화·제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는 HBF 표준화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 하반기에 HBF 시제품을, 내년 초에는 HBF를 탑재한 AI 추론장치 샘플을 선보인다는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V-낸드 적층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오는 2028년 이후 HBF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HBF가 HBM의 수요를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오히려 HBF의 등장이 공급 부족현상을 빚고 있는 HBM의 보완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2028년 이후부터 서서히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협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