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급한 김도영은 왜 120m 뜬공을 치고 있을까… 0.1초의 차이, 이범호와 KIA는 애가 탄다

김태우 기자 2024. 9.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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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두 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하며 시즌 38홈런-40도루에 머물러 있는 김도영은 남은 세 경기에서 두 개 이상의 홈런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 김도영은 40-40 도전을 위해 삼진을 감수하고 홈런을 노리겠다고 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스윙을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양상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는 지난 9월 17일 인천 SSG전이 끝난 뒤 잔여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24년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구단으로서는 2017년 이후 7년 만의 값진 성과였다.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에도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던 KIA는 18일부터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들고 나왔다.

19일 잠실 두산전까지는 기존 멤버들을 그대로 가동했다. 당시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두산이었기에 주전 선수들을 대거 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나성범 최형우 김선빈이라는 베테랑 선수들을 1군 엔트리에서 빼고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하며 한국시리즈 엔트리 구상에 여념이 없다. 25일에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까지 1군에서 빠졌고, 이제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도 곧 시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런데 딱 한 선수가 예외니 바로 김도영(21·KIA)이다. 올해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사실상 예약한 김도영은 현재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다. KBO리그 역사상 이 클럽에 출입이 허가됐던 선수는 딱 하나,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가 유일했다. 리그를 평정했던 테임즈는 당시 47홈런-40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을 일찌감치 채운 가운데 막판 도루를 더 채우며 역사를 다시 썼다.

KIA는 우승이 확정된 이후 김도영을 1번으로 투입하고 있다. 올 시즌 김도영은 보통 3번을 쳤다. 1번으로 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40-40을 위해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서라는 이범호 KIA 감독의 배려다. 30-30을 달성할 때까지만 해도 “40-40은 욕심이 없다”라고 했던 김도영도 팀이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개인 기록을 노려볼 수 있는 타이밍에 40-40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끝까지 기록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역시 쉽지가 않다. 우승 확정 당시 39도루였던 김도영은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남은 도루 하나는 채웠다. 그러나 네 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추가하며 현재 38홈런에 머물러 있다.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홈런을 쳤으나 24일 광주 삼성전과 25일 광주 롯데전은 홈런이 없었다. KIA가 정규시즌 세 경기를 남긴 가운데 홈런 두 개를 쳐야 한다. 김도영보다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더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타격감이 나쁜 것도 아니다. 김도영은 19일 두산전에서 1안타, 23일 삼성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 24일 삼성전과 25일 롯데전에서 각각 2안타를 쳤다. 우승 확정 당시 타율이 0.344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0.350까지 높아졌다. 이렇게 타격감이 살아있는데 왜 홈런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이범호 KIA 감독은 25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애가 타는 심정을 드러내면서 “지금은 홈런만 생각하면 안 좋은 스윙”이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40-40 도전의 출사표를 밝힐 당시 “삼진이 늘어나도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홈런을 치려면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방망이를 강하게 돌려야 한다. 히팅포인트가 뒤에 있으면 홈런을 만들기 쉽지 않다. 대신 필연적으로 변화구에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거포들이 홈런도, 삼진도 많은 이유다. 그런데 김도영은 ‘선언’ 이후 4경기에서 삼진이 하나밖에 없다.

▲ 지속적으로 큰 타구를 만들어내고는 있는 김도영은 남은 세 경기에서 40-40 기록 도전을 계속 이어 간다 ⓒ연합뉴스

이범호 감독은 “기본적으로 2~3구 안에 빠르게 승부를 하면 삼진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직구가 온다고 하면 (생각 없이) 타이밍을 앞에서 때려야 한다. 홈런을 위해 가장 좋은 건 힘 있게 당겨서 좌측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김도영은 끝까지 공을 보고 친다. 그래도 공을 밀어낼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으니 타구가 자꾸 중견수 방면으로 멀리 간다. 홈런을 친다고 이야기를 했어도 평소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말은 홈런 스윙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평소 스윙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즌 38호 홈런도 중월 홈런이었다.

실제 김도영은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비거리 120m 이상(트랙맨 집계 기준) 타구를 두 개나 날리고도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게 좌측으로 날아갔다면 멀티홈런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하필 중견수 방향으로 떠서 담장 앞에서 잡혔다. 24일 광주 삼성전에서도 마지막 타석에서 또 중견수 방면 큰 타구를 쳤다. 맞는 순간 홈런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게 또 담장 앞에서 잡혔다.

이런 타구들은 타이밍이 조금만 빨라 이것을 좌측으로 힘 있게 잡았다면 100% 홈런이었다. 이미 40홈런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그 '0.1초의 차이'가 자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대신 평소대로 방망이가 쓸고 지나가는 궤적의 공들은 힘 있게 맞히고 있으니 빠른 타구 속도의 안타는 계속 나오고 있다. 타율은 높아지는데 홈런이 안 나와 초조해지는 양상이다.

물론 이런 스윙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지금 타격감도 굉장히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 타이밍이 앞에서 제대로 잡히면 넘어간다. 올해 김도영이 38개의 홈런을 때린 비결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특별하다. 지금 김도영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안타는 별로 기쁘지 않은(?) 이벤트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홈런 확률을 높이기 바란다. 몸에 저장되어 있는 스윙을 홈런을 위해 단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단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지금 모습이 유지되면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 이 감독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달성할 것 같다”면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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