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3파전… 결선 땐 ‘그림자 파벌’ 이 변수[Global Focus]

이종혜 기자 2024. 9.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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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日本 자민당 총재선거 D-1
고이즈미 ‘부부별성제’로 타격
이시바, 인구 가장 적은 지역구
다카이치, 신선함 없단 평 받아
후보 9명… 결선투표 기정사실
파벌 해체 뒤 첫 총재선거지만
조직력 여전히 작용 점치기도
선거막판 ‘물밑 합종연횡’ 촉각

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전 환경상, 그리고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보수우익 세력을 빠르게 흡수해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의 3파전이다. 이번 총재 선거에는 비자금 사건으로 사실상 파벌이 해체되면서 내부 정리가 되지 못해 역사상 최다인 9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후보 난립에 여론조사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는 만큼 결선 투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반 여론보다는 국회의원의 표심이 좌지우지하는 총재선거 특성상 선거 막판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1년 내 치러질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승리를 이끌 새로운 얼굴을 뽑기 위해 당내 세력 간 움직임과 극우의 복심 향방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9명 출마 속 3강…40대 기수론이냐 12선 정책통이냐 = 사상 최연소 40대 일본 총리를 노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낡은 자민당과 결별을 외치며 당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 전 총리가 낡은 자민당을 깨부순다고 여론을 형성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폭락한 만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정책 활동비 폐지를 통한 정치자금 투명화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치적 철학과 정책 방향성이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부부가 다른 성을 쓰는 ‘부부 별성제’(결혼한 부인이 결혼 전 성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내세웠다가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또 내각 경험이 적은 점도 걸림돌이다. 역대 총리들의 당선 횟수가 10선 이상, 경제상, 외무상, 관방장관 등 주요 각료직을 경험하거나 자민당 3역(간사장·정무조사회장·총무회장)을 맡은 데 반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5선에 2019년 환경상을 지낸 것이 각료 경험의 전부다. 일명 ‘킹메이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무파벌을 규합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덕분에 결선투표까지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책통’ 이시바 전 간사장은 12선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5번째 도전에 나선 그는 이번 선거를 마지막 도전으로 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돗토리(鳥取)현 제1구에서 4회 연속 득표율이 80%를 넘으며 높은 지지율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구를 두고 있는 그는 인구 감소와 지방 경제에 대해 관심이 높다. 당 간사장을 두 차례 역임했으며 정무조사회장, 방위상, 지방창생·국가전략특별구역담당상 등을 거쳤다. 그러나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후보’로 불릴 정도로 당내 지지 세력 부족이 약점이다. 지난 2012년 당시 이시바 전 간사장은 1차 당원투표에서 5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2차 투표에서 파벌의 지지를 얻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패했다. 2015년 자신의 파벌인 ‘이시바파’를 만들기도 했지만 세력이 확대되지는 못했다.

◇첫 여성 총리에 재도전하는 다카이치, 여전한 파벌 싸움? = ‘아베 걸스’(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우익 성향의 여성 정치인)로 불리며 우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첫 여성 총리에 도전하고 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내각에서 여성 최초 총무대신으로 임명되기도 하는 등 일본 정치권의 유리천장을 깨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21년에 이어 재도전인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족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역대 총리들이 공통적으로 재무상, 외무상, 경제산업상 등을 지냈는데 그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데다 ‘아베노믹스’처럼 과감한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전기념일(8월 15일)에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등 ‘우익의 기수’로 분류된다. ‘부부 별성제’에 반대하는 등 전통적인 일본의 가족관인 보수적인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어 여성의원으로서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들 3명의 후보 외에도 고노 다로(河野太郞)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장관 등이 총리직을 놓고 경쟁 중이다. 각 후보들은 자민당의 총재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의원 20인으로부터 실명추천을 받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54명)를 제외한 5개 파벌이 해산을 선언하며 기존의 파벌 중심 선거 구도가 무너졌지만, 결선투표로 진행되면 그림자 파벌의 조직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위 계파였던 기시다파를 이끌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어떤 후보를 후원할지도 주목된다. 스가 전 총리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후원자로 나서면서 그와 대척점에 있는 기시다 총리의 결심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했던 아베파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결선투표 가능성 속 합종연횡이 변수 = 3강을 구성 중인 3명의 후보들은 2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여론조사는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23일 니혼(日本)TV는 지난 20∼21일 자민당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등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재 선거 설문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지율 31%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28%), 고이즈미 전 환경상(14%) 순으로 나타나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상승세였다. 반면 지지(時事)통신은 자민당 국회의원(368명)들을 상대로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지지 의원이 50명이 넘어 가장 많았고,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명 전후가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1차 선거는 현직 국회의원표(중의원·참의원)와 당원·당우표를 절반씩 반영해 총 734표 중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다만 절반을 넘지 못할 시 상위 2명을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국회의원(368표)에 광역단체인 도도부현(47표)의 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표가 결정적이라 1차 투표에서 2위를 해도 막판 대역전이 가능하다. 파벌 해체 후 첫 선거인 만큼 합종연횡에 따라 결과는 유동적이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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