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중도매인의 좌충우돌 경매 도전기"…대구도매시장 ' 경매 체험' 가보니

"자, 89번은 오늘 집안을 거덜 냈습니다! 가시오이 8상자 사는데 0을 하나 더 붙여서 32만원 입찰했네요.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매천동에 자리한 북부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

이 곳에선 '제1회 농산물 경매 체험행사'가 열렸다. 청과·채소류 도매법인 농협북대구·대구경북원예농협·대구중앙청과·효성청과·대양청과가 시민 169명을 초대했다.

대구중앙청과에 모인 시민 32명은 이날 하루 중도매인으로 변신했다.

우선, 대구중앙청과 소속 허현 경매사로부터 농산물 유통과정, 가격 형성 체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다소 생경한 도매시장 시스템을 조금씩 이해해가던 시민들은 "경매하러 가자"는 경매사 말에 눈이 반짝거렸다.

대구중앙청과에선 이날 아침 진행된 실제 경매에서 형성된 시세를 맞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본격 체험을 앞두고 벌어진 직원 시범에서 시세의 약 10배 금액을 입찰하는 실수가 나오자 허 경매사가 너스레를 떨며 시민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한층 표정이 가벼워진 일일 중도매인들은 미리 상품을 살펴보며 가격을 짐작해봤다. 각자 손에 쥔 무선 응찰기도 열심히 매만졌다.

수박 가격을 맞힌 최희숙(62·북구 검단동)씨는 "오늘 도매시장에 처음 왔다.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경매 과정도 체계적이어서 다소 놀랐다. 도매시장 경매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이웃에 자리한 효성청과에선 '무선 응찰기 빨리 입력하기' 경쟁이 붙었다. 경매사가 제시한 금액을 듣고 재빨리 응찰기에 숫자를 입력하는 체험이다. 시민들은 경매사가 넣는 추임새 사이 금액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거나 응찰기 사용이 익숙지 않아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다.

단번에 정답을 입력한 정재영·변정인 부부(수성구 수성4가동)는 "드라마나 영화에선 경매할 때 손으로 숫자를 표시하던데, 실제로는 디지털화가 잘돼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0.01초 차이까지 잡아냈다. 대구 도매시장은 '블라인드 경매'까지 도입했다고 하니 훨씬 정확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체험을 마친 시민들은 도매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이전을 앞둔 대구 도매시장의 상황에 대해 의견도 나눴다. 5개 법인은 열정을 갖고 체험에 진지하게 임한 시민들에게 제철 과일과 채소를 선물하는 훈훈한 광경도 연출됐다.

이번 경매 체험행사를 기획한 대구 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는 앞으로 꾸준히 시민 참여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가족, 학생 등 다양한 단위의 도매시장 방문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도매시장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김상덕 대구 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은 "농산물 유통 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목도했다"며 "요즘처럼 폭우, 폭염 등으로 식자재 가격 파동이 일 때면 도매시장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신뢰를 주는 도매시장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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