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 부도 아직도 건재하다고요?

이 영상을 보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추억의 게임, ‘딱지치기’다.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상에는 딱지치기 게임에서 이기는 비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필승 딱지’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사회과 부도로 만든 딱지다. 오죽하면 이런 만화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지도책의 재질이 일반 종이에 비해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이겠다.

실제로 딱지 좀 쳐본 ‘연식 있는’ 왱구들이라면 사회과 부도가 낯설지 않을 거다. 사회과 부도는 교과서라기보단 사회 교과서에 딸려나오는 1+1 증정 상품같은 느낌의 지도책이었다.

아쉽게도 사회과 부도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참고서로서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왔는데,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세계 지도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지금도 교실에서 계속 쓰이고 있을까? 유튜브 댓글로 ‘사회과 부도 근황을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과 부도는 여전히 건재하다. 심지어 종류도 훨씬 다양해졌다.

초등학교 사회과 부도를 제작하는 출판사는 현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비상교과서, 지학사, 천재교육, 천재교과서, 아이스크림미디어까지총 9곳이다. 이는 2022년에 초등학교 국정 교과서 체제가 검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된 덕분이다.

과거에는 모든 학교가 교육부가 개발한 한 종류의 교과서만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민간 출판사가 개발한 여러 교과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출판사들은 사회과 부도에 단순히 지도 뿐 아니라 각종 놀이 자료까지 수록하고 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종류와 내용 모두 풍성해졌지만, 사회과 부도가 활발히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비상교육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회과 부도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교사 교사 가운데 약 78%가 사회과 부도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인터넷 지도’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스마트PC를 갖게 되면서 사회과 부도를 펼쳐볼 시간에 검색하는 게 더 빠른 시대가 됐다. 또 인터넷 지도는 지형 변화 등이 즉각 업데이트 되지만, 사회과 부도는 개정 전까지 정보 수정이 불가능하다.

사회 교과서 자체의 품질이 개선된 것도 사회과 부도의 인기 저하 요인이다. 과거 6차 교육과정까지 교과서는 대부분 흑백 텍스트 위주였다. 그래서 사회과 부도 같은 부교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부터 교과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문 용지가 고급지로 바뀌었고, 컬러 지도와 각종 시각 자료가 교과서에 수록되기 시작했다. 굳이 부교재 없이도 충분히 수업을 할 수 있을만큼 비주얼적 요소가 갖춰진 셈이다.

아울러 전체적인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부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한국의 초등학교 연간 수업 시수는 655시간으로, OECD 평균인 805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다. 교사 입장에서는 교과서 진도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급급하다 보니, 부교재까지 여유롭게 살펴볼 수가 없는 거다.

[이혜리 초등학교 교사]

“학교 수업시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솔직히 말해서 진도를 나가기가 굉장히 빠듯해요. 사회과 부도를 아무래도 수업 진도가 쫓기다 보면 많이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죠.”

최근 인터넷에서는 사회과 부도를 둘러싸고 ‘유물 논란’까지 일어났다. 한 박물관 홈페이지에 사회과 부도 교과서가 소장품으로 올라가 있는 것이 화근이었다.

‘역시 사라질 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사회과 부도에 얽힌 여러 추억담이 쏟아졌는데. 이는 단순히 이 박물관이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과거 교과서를 소장한 것에 불과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한밭교육박물관 관계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다들 이제 교과서를 기본으로 저희가 교육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교육박물관에선 교과서가 가장 중요한 유물이 되죠.

그렇다면 학교에선 왜 아직도 사회과 부도를 사용하는 걸까?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을 들어봤다.

[이혜리 초등학교 교사]

“요즘 디지털 지도가 워낙 잘 나오고 그런 의견도 많은 거를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태블릿 PC를 가져왔다가 다시 전원을 끄고 정리하는 시간이 걸려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경우가 있어요. 사회과 부도의 지도에서 뭐 찾아봐라 하면은 또 은근히 재미있어 하는 경우도 있고요.”

쉽게 말하면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종이책이 주는 장점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거다. 종이책은 디지털 기기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또한, 실물 지도나 부록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사회 교과서만 사용했을 때보다 교과서와 사회과 부도를 함께 사용한 학생들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공교육의 평등성을 위해 사회과 부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2023년 기준 10대의 스마트 이용률은 99.6%에 달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스마트폰이 없는 10대가 여전히 0.4%나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소수의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 없이도 지도를 볼 수 있도록 사회과 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교사들은 사회과 부도를 단순한 수업 보조 자료가 아닌, 연구 자료로서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과거 수업 시간보다 게임을 할 때 더 많이 활용됐던 사회과 부도. 인터넷 지도에 밀리지만, 그래도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새학기를 앞둔 학생 왱구님들이 있다면, 사회과 부도를 펼쳐놓고 해외 여행을 준비하거나, 세계 일주를 꿈꿔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