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지 되나 했더니.."기로에 선 'CJ라이브시티'…사업비 7000억원 몽땅 증발하나

[땅집고]CJ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K팝 전문 공연장 ‘CJ라이브시티’ 사업의 향방이 이달 결정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는 국토교통부의 민관 합동PF 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국토부가 CJ라이브시티 사업의 조정 요청 사항을 최종 검토한 후 발표하면,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부터 CJ그룹이 추진한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전문 공연장(연면적 11만836㎡)과 상업·숙박·업무·관광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는 한화로 2021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6월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각종 걸림돌로 인해 지난 4월부로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선 이번 국토부 조정안을 통해 CJ측과 경기도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CJ는 그간 그룹 재무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 사업에만 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사업 좌초시 이 비용은 휴지조각이 된다. CJ라이브시티의 운명은 이달 어떻게 결정될 지,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많았던 CJ라이브시티, 경기도와의 합의가 관건

‘CJ라이브시티’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걸림돌이 많았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CJ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절차에 이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잠정 중단됐다.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아 최종 무혐의 판결을 받기까지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기존 사업계획을 테마파크에서 콘텐츠 복합단지로 변경하기 위한 인허가를 받는 과정만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사업 계획 변경 승인권을 쥔 경기도는 심의 과정에서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여러 차례 계획 승인을 반려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준공 지체 보상금을 CJ 측에서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땅집고] 2021년 10월 경기 고양시 장항동 부지에서 열린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 및 비전 선포식 현장. /CJ라이브시티

CJ는 여러 차례 사업 계획을 수정해 2021년 6월 고양시로부터 아레나 개발 건축허가 승인을 받아 6년만에 착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이라는 문제로 또 발목이 잡혔다. 엎친데 덮친격 올초 한국전력에서 상업시설 부지에 최소 2029년까지 대용량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아레나를 제외한 상업시설은 완공 이후 최소 3~6년간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급기야 CJ측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민관 합동PF 조정위원회 신청을 통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PF 조정위원회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정상화 대상 사업지를 선정해 이해관계를 조정해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현재 정부 PF조정위원회 34개 사업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실무위원회가 열리면, 최종 사업 추진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땅집고] CJ라이브시티 사업 현황. /CJ라이브시티

CJ는 PF조정위원회에 ▲사업기간 연장 및 지체보상금 면제 ▲일부 사업부지 사업 협약 해제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요청했지만, 경기도는 무리한 조정으로 인한 공정성 훼손 및 감사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국내에선 유일한 K콘텐츠 인프라 사업이며 경기 북부에선 최대 규모 개발사업으로, 아레나를 중심으로 8조원 규모의 경제 유입, 향후 10년간 생산 및 부가가치 약 30조원, 일자리 창출 약 9000명, 1조 7000억원 소비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양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전 국가 차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반드시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인천에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개장, 고양시는 무산된 아레나 폐허로 남나

업계에선 CJ라이브시티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민관 합동 PF조정위원회에 신청한 대형 사업지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들이 보수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특혜와 배임 시비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밝히면서 사업 협약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및 공사비 인상을 비롯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점도 악조건이다.

CJ라이브시티를 비롯해 지분 90%를 보유한 모회사 CJENM의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 점도 큰 걸림돌이다. CJ라이브시티는 설립 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이 진행돼 현금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CJ라이브시티가 CJ ENM측으로부터 빌린 차입금만 34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은 4599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도 CJ라이브시티는 5월 599억원을 CJ ENM으로부터 빌렸다. 차입 기간은 약 1년으로 내년 5월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1년 내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에는 외화차입금 253억원, 사채 380억원, KEB하나 글로벌 사모사채 304억원, 기업어음 95억원 등이 있다. 모회사인 CJENM도 올들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다. CJ ENM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영업손실 503억원, 30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여기에 지역 별로 우후죽순 아레나들이 설립돼 공급이 과다하단 이야기도 나온다. 인천 영종도에는 미국 리조트 기업 모히건이 설립한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30일 개장했다. 이곳은 인천시가 2차례에 걸쳐 사업기한을 39개월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회사가 최초의 ‘K팝 아레나’ 사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 도봉구 창동 아레나, 하남 아레나(MSG스피어) 등 수도권에만 K팝 아레나 용도로 4곳이 추진 중이거나 완공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는 CJ가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CJ측이 투입한 사업비 7000억원도 모두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라며 “이번에 불발되면 더이상 사업 추진 동력을 회복하기도, 2조 규모 아레나 건설 사업을 이어갈 마땅한 대체 기업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