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구자욱까지, 삼성 투타 기둥 없이 PO 치른다…윤정빈-김헌곤 방망이에 거는 기대
[스포티비뉴스=대구, 최민우 기자] 정상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에 대형 악재를 마주했다. 주장이자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온 구자욱(31)이 부상을 당했다.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포스트시즌에도 부상 악령에 시달리는 삼성이다.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에서 10-5로 승리했다. 2연승을 거둔 삼성은 이제 한 경기만 더 이긴다면,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다. 시리즈를 압도하고 있지만 삼성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구자욱의 플레이오프 출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친 후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플레이오프 3,4차전 출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구자욱의 부상은 경기 초반에 발생했다. 1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구자욱은 손주영의 116km짜리 커브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구자욱은 호시탐탐 2루를 노렸고, 후속 타자 르윈 디아즈 타석 때 도루를 성공했다. 그런데 슬라이딩 도중 왼쪽 무릎에 부상을 당했다. 구자욱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삼성 코칭스태프가 곧바로 구자욱의 상태를 확인했다. 구자욱은 뛸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구자욱의 무릎 상태는 온전치 않았다. 디아즈의 안타 때 홈으로 들어온 구자욱은 제대로 뛰지 못했다. 아픈 다리로 절뚝거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구자욱의 몸 상태를 다시 확인한 삼성 코치진은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구자욱은 2회초 수비에 앞서 이성규와 교체됐다.
곧바로 대구 SM영상의학과의원을 방문한 구자욱은 정밀 검진을 받았다. MRI 검사 결과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소견이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구자욱이 플레이오프 3,4차전 출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구자욱의 상태를 전했다.
구자욱이 경기에서 제외됐지만, 삼성은 멀티홈런을 친 김헌곤(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과 디아즈(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 그리고 결승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김영웅(3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1타점 2득점)을 앞세워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선발 투수 원태인도 6⅔이닝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했으나 삼성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축제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처지다. 박진만 감독도 경기 종료 후 “이기고도 흥이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주축 선수인 구자욱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상태를 보면 플레이오프 3,4차전 출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자욱이 무릎에 통증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루 정도 지나야 정확한 복귀 가능 날짜가 나올 것 같다. 플레이오프 5차전 출전 여부도 미리 말하기 어렵다. 내일(16일)이 되어야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구자욱이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삼성은 전력에 큰 손실이 생겼다. 구자욱은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더그아웃 리더 역할과 개인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생겼다. 성적이 좋은 건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고 할 정도였다.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구자욱은 129경기에서 33홈런 115타점 92득점 13도루 타율 0.343 출루율 0.417 장타율 0.627 OPS(출루율+장타율) 1.044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구자욱은 9월 이후 치러진 16경기에서 9홈런(1위), 24타점(1위) 18득점(2위) 타율 0.500(1위) 출루율 0.559(1위) 장타율 1.017(1위) 등에 오르며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구자욱은 9~10월 월간 MVP도 수상했다.
구자욱의 방망이는 가을 무대에서도 춤을 췄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 3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구자욱은 데일리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정규시즌 때는 LG를 상대로 13경기 타율 0.170(47타수 8안타 1홈런)에 그쳤으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냈다.
공격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구자욱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삼성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박진만 감독은 윤정빈과 김헌곤을 대체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좌타자인 윤정빈과 우타자인 김헌곤을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플래툰으로 기용하려 했지만, 둘을 모두 기용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밝혔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도 김헌곤이 좋은 활약을 했다. 윤정빈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윤정빈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3득점을 기록했고, 김헌곤은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다. 부상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뛸 수 없지만, 구자욱은 선수단과 함께 플레이오프 3,4차전이 열리는 잠실 원정길에는 동행할 예정이다.
가을무대에서도 삼성은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1선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어깨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베테랑 좌완 투수 백정현도 플레이오프 대비 자체 평가전 때 손가락 미세 골절상을 당해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됐다. 그리고 이제 구자욱까지 다쳤다. 삼성은 투타 핵심 멤버 없이 남은 플레이오프 일정을 치러야 한다. 과연 삼성이 난관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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