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산업이 바이오 전문가를 경영전략 조직에 투입하며 바이오 신사업 재시동에 나섰다. 회사는 바이오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 인력 보강이 아니라 향후 바이오 신사업이나 M&A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2026년 1월1일 남택종 전 알에프바이오 대표를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선임했다. 남 상무는 서울대 약학부 석사를 거친 약사 출신으로, 필러와 스킨부스터 등을 생산하는 알에프바이오 대표를 지낸 바이오 전문가다. 시장에서는 남 상무가 그룹 내 신사업 발굴과 M&A 전략 기획을 맡아 바이오를 포함한 신규 투자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 무산 3년만…다시 움직이는 동원
동원산업의 이번 움직임은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이 무산된 지 3년 만에 나온 바이오 관련 행보다. 동원산업은 2023년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보령바이오파마 단독 실사에 나섰지만, 이후 실사 우선권이 해지되며 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매물을 먼저 검토한 뒤 전략을 맞추는 흐름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에는 매물 탐색 단계부터 외부 바이오 전문가를 전면에 세웠다는 점이 다르다. 딜이 가시화된 뒤 검토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전략 인력을 배치해 가능성을 탐색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추진으로 한 차례 가능성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전략과 인력부터 다시 정비하는 흐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동원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는 바이오 분야 M&A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관련 관측이 이어지는 것은 동원이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동원그룹은 물류, 포장, 소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M&A를 적극 활용해 왔다. 김남정 회장은 동원그룹 부회장 재직 시절 10건이 넘는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 몸집을 키웠다. 축산 도매 플랫폼 금천,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MKC 인수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서 이번 바이오 인사 역시 개별 인사에 그치기보다 동원의 확장 전략 연장선에서 읽는 이유다.
바이오 신사업, 결국 관건은 M&A와 실탄
동원산업이 바이오를 다시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식품·유통업계 전반의 성장 고민도 깔려 있다. 내수 둔화와 원가 부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식품 사업만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식품·유통 기업들은 기능성 소재,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바이오는 직접 육성하기보다 인수를 통해 진입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연구개발, 인허가, 생산 역량 확보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내부 육성보다 M&A나 전략적 투자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보령바이오파마 딜에서 한 차례 가능성을 확인했던 동원도 결국 비슷한 경로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자금력이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동원산업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624억원이다. 여기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예치금 2817억원을 더하면 7441억원 수준의 단기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현금 흐름도 나쁘지 않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46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투자활동으로 4005억원이 유출됐다. 재무활동에서는 436억원이 유입됐고, 이를 반영한 현금및현금성자산 순증가액은 1067억원이다.
초대형 딜인 HMM 인수와 비교하면 바이오 M&A는 체급이 더 현실적이다. 유동성이 2023년 대형 딜을 염두에 뒀던 시점만큼 넉넉하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중형급 바이오 딜을 검토할 체력은 남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동원산업이 지난해 동원F&B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식품사업의 현금 창출력을 지주사 차원에서 더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포트폴리오 확장 여지를 키우는 대목으로 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동원산업이 신사업과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식품업계가 건강기능성 소재, 푸드테크,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장하는 만큼 동원산업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인사 단계인 만큼 실제 바이오 진출 여부는 향후 투자나 인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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