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몇 달씩 멀쩡한 음식을 보면 ‘도대체 뭘 넣었길래 안 상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보관되는 이유가 모두 방부제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수분을 크게 줄이거나 당과 소금 농도를 높이고, 산도를 낮춰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식품의 보관 기간은 크게 늘어납니다. 문제는 이런 음식이 오래 간다는 이유로 건강식처럼 자주 먹을 때 당·나트륨 섭취까지 함께 늘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양갱
양갱은 포장을 뜯지 않으면 실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 ‘도대체 왜 안 상하지?’ 싶지만, 핵심은 높은 당 함량과 낮은 수분 활성도에 있습니다. 팥과 한천에 설탕을 많이 넣어 졸이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수분이 줄어들어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어려워집니다.

설탕은 단맛만 내는 재료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식품 보존에도 사용돼 왔습니다. 잼이나 과일청이 오래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따라서 양갱이 오래 보관된다고 해서 반드시 강한 방부제가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보존에 유리한 만큼 당 함량도 높은 편이라 매일 간식으로 먹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양갱을 먹을 때는 작은 제품 하나 정도로 양을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혈당을 관리 중이라면 ‘팥으로 만들었으니 건강하다’고 생각해 여러 개를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보관되는 이유를 알고 보면 건강 문제의 핵심은 방부제보다 오히려 많은 설탕일 수 있습니다.

육포
육포 역시 상온에서 비교적 오래 보관되는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고기를 얇게 썰어 수분을 크게 줄이고 소금이나 당, 향신료를 더해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듭니다. 현대 제품은 여기에 진공포장이나 산소 차단 포장까지 더해 보관 기간을 더욱 늘립니다.

식품이 상하려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충분한 수분이 필요한데, 육포는 건조 과정에서 이 조건을 크게 낮춥니다. 그래서 생고기와 달리 쉽게 부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금과 양념을 사용해 만드는 만큼 제품에 따라 나트륨과 당 함량이 상당히 높을 수 있습니다.

육포를 단백질 간식이라고 생각해 매일 큰 봉지씩 먹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양을 간식으로 먹고, 원재료가 단순하면서 나트륨과 당류가 낮은 제품을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개봉 뒤에는 습기를 먹으면서 변질될 수 있으므로 포장지에 적힌 보관법을 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일잼
과일잼은 과일을 갈아 만들었는데도 개봉 전에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설탕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일을 설탕과 함께 끓이면 수분이 줄어들고 당 농도가 올라가면서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려운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과일 자체의 산도까지 더해져 보존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잼이 몇 달씩 멀쩡하다고 해서 무조건 방부제 때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설탕과 산도, 가열 과정만으로도 상당한 보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높은 당 함량 때문에 잼을 과일과 같은 음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빵에 두껍게 바르면 생각보다 많은 당을 한 번에 섭취하게 됩니다.

잼을 먹을 때는 티스푼 한두 번 정도로 양을 정하고, 과일을 챙기고 싶다면 잼보다 생과일을 그대로 먹는 편이 좋습니다. 또 개봉한 잼은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제품 표시대로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음식의 ‘섬뜩한 정체’는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이라기보다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게 만든 높은 당·소금 농도와 낮은 수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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