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전 동료 에릭센, 5년 만에 또 그라운드서 쓰러져…이제는 은퇴 고려해야..

2026년 6월 7일(현지시간), 덴마크 오덴세 네이처 에너지 파크. 덴마크와 우크라이나의 A매치 친선경기 후반 20분, 크리스티안 에릭센(34·볼프스부르크)이 가슴 부위를 움켜쥐고 피치 위에 쓰러졌다. 경기는 즉각 중단됐고, 의료진이 빠르게 투입됐다. 불과 5년 전, 같은 장면을 전 세계가 목격한 적이 있었다. 유로 2020 조별리그였다. 그때 에릭센은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AED)로 간신히 생명을 건졌고, 긴 투병과 재활 끝에 기적적으로 복귀해 '인간 승리'의 상징이 됐다. 그 에릭센이 또다시 피치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이번엔 그가 체내에 삽입한 심장제세동기(ICD)가 정상 작동하며 빠르게 심박을 회복시켰고, 에릭센은 스스로 걸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덴마크축구협회(DBU)가 공식 발표한 팀닥터 모르텐 보에센의 말은 짧고 명확했다. "그는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에릭센이 처음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것은 2021년 6월 12일이었다. 유로 2020 그룹 B, 덴마크 홈 코펜하겐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는 전반 종료 직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맥박이 멈춘 상태로, 팀닥터와 의무진이 약 13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자동제세동기를 여러 차례 사용한 뒤에야 심박이 돌아왔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생중계로 그 장면을 지켜봤고, 축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에릭센은 심장 내 전기 신호 이상으로 인한 심실세동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삽입형 심장제세동기(ICD)를 체내에 장착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소속팀이던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은 이탈리아 스포츠 의학 규정상 ICD를 달고서는 리그에서 뛸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에릭센과 계약을 해지했다. 선수 생명 자체가 불투명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에릭센은 포기하지 않았다.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퍼드와 계약하며 그라운드에 돌아왔고,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중원 핵심으로 활약했다. 덴마크 대표팀에서도 복귀를 이뤘으며, 유로 2024까지 완주했다. 2025년 9월부터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 소속으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었다. 심장 문제로 쓰러진 지 약 5년 만에, 에릭센은 다시 한번 그 익숙하면서도 두려운 상황과 마주했다.

이번 평가전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각국이 최종 점검에 나선 시기의 일정 중 하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덴마크는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체코에 패하며 탈락한 터라, 이날 평가전은 팀 재정비 차원의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덴마크가 2-1로 앞선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에릭센은 선발로 출전해 미드필드를 이끌었고, 후반 20분께 갑자기 가슴 쪽을 움켜쥐고 피치 위에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즉각 의료진을 호출했고, 경기는 멈췄다.

투입된 의료진은 빠르게 에릭센의 상태를 확인했다. 체내에 삽입된 ICD가 심장의 비정상적인 박동을 감지하고 전기 충격을 가해 정상 리듬을 되찾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팀닥터의 설명이었다. 이후 에릭센은 의식을 되찾았고, 스트레처가 아닌 자신의 두 발로 걸어서 경기장을 벗어났다. 이 장면만으로도 그나마 최악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현장에 흘렀다.

덴마크 팀닥터 모르텐 보에센은 덴마크축구협회를 통해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에릭센은 잠시 의식을 잃었지만 곧바로 의식을 되찾았고, 현재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 심장 제세동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릭센 본인이 동료들에게 자신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현재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는 재개되지 않았다. 덴마크 2-1 우크라이나의 스코어가 기록된 채로 조기 종료됐다.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선수 전원이 피치 중앙에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섰으며, 관중과 함께 에릭센을 향한 박수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경기장 전체가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ICD(삽입형 심장제세동기)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이후 에릭센이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던 근거는 바로 이 장치였다. 당시 ICD 부착을 허용하는 스포츠 의학 규정을 가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기에 그의 복귀가 가능했고, 이탈리아와 달리 해당 리그는 ICD를 단 선수의 출전을 의학적 관리 하에 허용한다. 그 선택이 5년 뒤인 2026년에도 에릭센의 생명을 지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단순히 '기계가 잘 작동했다'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다. ICD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것은 심장에 이상 리듬이 발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5년간 별다른 문제 없이 유지됐던 심장 상태가 다시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의료진이 현재 원인 파악을 위해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가 에릭센의 선수 생명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의학계에서는 ICD 작동 후 선수의 복귀 여부를 결정할 때 단순히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만이 아니라, 심장 기저 질환의 진행 상태와 재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에릭센이 이미 34세라는 점,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심정지였다는 점은 의료적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맥락은 덴마크 대표팀의 현재 상황이다. 2026 월드컵 본선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열린 이 평가전은, 덴마크 축구에 있어 과도기적 시기의 경기였다. 에릭센은 이 팀의 상징적 존재다. 2021년 유로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직후, 덴마크 선수들이 그를 에워싸고 눈물을 흘리며 경기를 이어갔던 장면은 유럽 축구사에 남는 한 장면이 됐다. 그 에릭센이 다시 같은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에 덴마크 팬들과 축구 커뮤니티의 반응은 놀라움보다는 무거운 우려에 가까운 편이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에릭센의 쾌유를 비는 메시지가 빠르게 확산됐다. 동시에 "이제는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것이 냉정한 판단인지, 아니면 섣부른 결론인지는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다.

에릭센은 또 한 번 살아서 걸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의 선수 생명과 직결된 의료적 판단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추가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볼프스부르크와 덴마크 대표팀에서의 그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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