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3대 방송사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가 22일 방송에서 미국 조선업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뤘다.
진행자 레슬리 스탈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직접 찾아 “누가 이런 선박을 사겠느냐”고 물을 정도로,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 격차는 충격적이었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연간 1~1.5척을 인도하는 반면, 한국 조선소는 주 1척을 건조한다.
같은 선박을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은 약 6개월이면 완성하지만 미국은 1년 이상 소요되며, 비용은 최대 5배에 달한다. 프로펠러와 선박 엔진 같은 핵심 부품마저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다.
50억 달러 베팅한 한화오션, “잠수함도 짓겠다”

한화 필리조선소 / 출처 : 연합뉴스
한화오션은 2024년 약 1억 달러에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뒤 추가 1억 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총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목표는 연간 20척 생산 체제 구축이다. 이를 위해 자동화 설비 도입과 최대 1만 명 수준의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대표는 방송에서 “선박 건조량을 늘리면 건조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한화측은 필요할 경우 미국 현지에서 잠수함까지 건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상선을 넘어 군사력과 직결되는 영역까지 한국 기술 의존도가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존스법의 역설… 보호가 쇠퇴를 낳았다

한화 필리조선소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조선업 부진의 뿌리에는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이 있다. 이 법은 미국 내 해상 운송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미국인 소유 선박, 미국인 승무원 탑승 선박만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미국이 이 조건을 충족하는 선박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미국이 LNG 운반선은 단 1척도 건조하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이 발생했다.
자국에서 생산한 가스를 해외로 수출하면서도, 정작 미국 내 다른 지역에는 공급하지 못하고 비용이 더 드는 해외 LNG를 들여와야 하는 역설이다.
존스법은 미국 조선업과 선박 운영 기업, 의회 내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완화가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이란 전쟁 대응 차원에서 약 30일간 한시적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 해법은 요원하다.
“한국 선박 수입이 더 효율적” vs “안보는 타협 불가”

한화 필리조선소 / 출처 : 연합뉴스
방송에서 스탈은 “이 정도면 한국이 미국을 원조하는 것 아니냐”며 “그럴 바엔 한국 선박을 사서 쓰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냐”고 물었다.
쿨터 대표는 “단순 수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선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미국 내에서 재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탈이 “미국의 안보를 위해 한국의 전문성에 의존해야 한다면 미국이 나약해졌다는 말이냐”고 따져 묻자, 쿨터 대표는 “나약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미국 조선업이 위기인 건 맞지만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업이 미 해군 함정 수리·정비(MRO) 시장뿐 아니라 신조 시장에서도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존스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미국 내 조선소들의 시설 노후화,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