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다른 시세…역·뷰·학교가 만든 억대 격차, 세부 입지 따라 양극화 뚜렷

서울 신축 아파트 시장에서 ‘마이크로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과 강북, 도심과 외곽으로 단순하게 갈리던 부동산 가격 격차가 이제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수억원에 달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억대 프리미엄이 붙거나 초등학교 배정지에 따라 시세가 차이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교통, 학군, 조망권 같은 세부 입지 요인이 실거주 만족도와 장기 자산가치에 직접 연결되면서 앞으로 주거 시장은 ‘단지 대 단지’가 아닌 ‘동 대 동, 호수 대 호수’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세한 차이지만 실거주 만족도뿐 아니라 장기적인 부동산 가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한강 조망권이 만든 억대 격차…동(棟)·층(層)별 프리미엄 확연

한강 조망은 여전히 프리미엄의 핵심이다. 같은 단지·같은 평형이라도 한강이 보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억 단위로 벌어지는 ‘마이크로 양극화’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강이 잘 보이는 고층 세대가 저층이나 중층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한 2990세대 규모의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한강 조망 가능 동과 비(非)조망 동 사이의 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같은 동 안에서도 층고에 따라 최대 4000만원 가량 차이가 발생했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26평형 호실을 살펴보면 같은 평형이라도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매매가가 무려 14억원이나 벌어졌다. 한강이 거의 보이지 않는 112동 중층 매물은 62억원(평당 1억8166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한강이 보이는 123동 고층 매물은 76억원(평당 2억2379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하철역 접근성이 우수한 115동, 117동의 26평형 매물은 60억원(평당 1억7508만원) 수준으로 뛰어난 교통 편의성을 갖췄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강 조망 동 대비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6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전층 한강 조망이 가능한 ‘프리미엄 동’으로 꼽히는 123동은 층수에 따라서도 가격이 수억원이나 벌어졌다. 같은 26평형에서도 고층 76억(평당 2억2,379만 원)·중층 69억(평당 2억300만 원)·저층 62억(평당 1억8,225만 원)으로 층별 가격 편차가 뚜렷하다.
공인중개사 남은지 씨(40·여)는 “초고가 단지임에도 한강 조망 여부가 10억원 내외 가격 차이를 만드는 결정 변수로 지목된다”며 “같은 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대가 제한적이다보니 희소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역까지 ‘도보 5분’과 ‘도보 10분’의 간극…규모·구조 같아도 평당 수백만원 차이

최근 신축 대단지 부동산 시장에선 ‘역세권’을 넘어선 ‘초(超)역세권’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세권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이내 거리를 의미하며, 편리한 교통 접근성과 역 주변 중심 상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오랫동안 흥행 키워드로 자리 잡아 왔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반포동 메이플자이아파트는 대표적인 초역세권 단지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7호선 반포역이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일부 동은 역과의 거리가 도보 1분 이내라 역세권과 상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지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해 조성한 대규모 단지로 지하 4층~지상 35층, 29개 동, 총 3307가구 규모를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분양 당시에는 평균 442.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청약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메이플자이아파트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지하철역과의 거리에 따라 억대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잠원역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103동 중층 25평형 매물은 매매가 54억원(평당 1억6148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잠원역까지 도보 8분 거리인 111동 고층 동일 평형 매물은 52억원(평당 1억5532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매물 모두 ‘10분 이내 역세권’이지만 2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
7호선 반포역 접근성에서도 차이는 크다. 반포역과 가까운 202동 고층 전용 24평형은 매매가 55억원(평당 1억6830만원) 수준인 반면 반포역까지 도보 약 10분 거리인 212동 전용 23평형 매물은 52억원(평당 1억5912만원)으로 나타났다. 초역세권 여부만으로 동(棟) 간 3억원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김지성 씨(58·남)는 “입주 초기 특성상 동일 평형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이 먼저 소화되는 구간”이라면서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역에 가까운 동이 먼저, 더 빨리 거래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는 실수요 니즈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정 학교 따라 아파트값 격차…도보 통학 거리·안전 ‘마이크로 양극화’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에는 초등학교 접근성이 가격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맞벌이 가정일수록 통학 동선의 안정성과 안전한 보행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학(學)세권’이란 신조어가 보편화했고 같은 단지 안에서도 배정 학교와 통학 거리, 통학로 안전 여부에 따라 시세가 엇갈린다.
지난해 11월 처음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올림픽파크포레온’는 국내 최대 규모인 1만2032세대 단지다. 총 4단지로 나눠져 있으며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아파트 내부에서도 ‘둔촌초등학교’와 ‘위례초등학교’로 학교 배정이 갈린다.
1단지(101동~124동), 2단지(201동~205동, 209동~210동), 4단지(401동~411동)는 둔촌초등학교에 배정되고 2단지(206동~208동), 3단지(301동~321동), 4단지(412동~430동)가 위례초등학교에 배정된다. 통상 초등학생 통학거리는 1km 이내로 규정하고 있지만 둔촌초등학교에 배정되는 동 중 가장 끝에 있는 409동에서 학교까지 거리는 약 1.4km다.
4단지 내부에서도 배정 학교에 따라 시세에서 차이가 났다. 둔촌초등학교에 배정되는 405동 26평형 중층 매물은 29억원(평당 8487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위례초등학교에 배정되는 424동에 나와 있는 26평형 고층 매물의 경우 33억원(평당 9618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내에서 ‘배정 학교’만 달라졌는데 평당 약 1100만원의 간극이 발생한 셈이다.
둔촌초 배정 구역 내부에서도 ‘학교까지 도보 거리’는 다시 한 번 가격을 가른다. 둔촌초에 5분 내에 도착하는 109동 26평형 매물 기준 고층은 32억원(평당939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평형 기준 성인 여성 걸음걸이로 학교까지 약 18분 정도 걸리는 405동 26평형 중층 매물은 29억원(평당848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학교까지 거리가 10분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음에도 약 3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공인중개사 권혁희 씨(59·여)는 “아파트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2개 포함돼 있다”며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도보 통학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일수록 학교와의 거리, 통학로의 안전 여부가 집값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일부로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순히 강남·강북, 도심·외곽의 격차가 아니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교통, 학군, 조망권 등 세부 요인에 따라 가격이 갈라지는 마이크로 양극화가 뚜렷하다”며 “단기적인 시세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자산가치와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세밀한 입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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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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