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걷어낸 잔디광장, 맨발로 밟는 지구…‘도시미래’ 순천에 있다[기획]

강현석 기자 2023. 3. 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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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동천 강변도로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만든 ‘그린 아일랜드’. 길이가 1㎞에 이르는 잔디광장이다. 순천시 제공.

잔디밭에 줄지어 박힌 가로등과 신호등은 이곳이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였음을 짐작케 했다.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잔디밭은 폭 12m, 길이가 1㎞에 이른다. 전남 순천시 동천 옆 4차선 강변도로의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만든 국내 첫 ‘도로정원’인 이곳의 이름은 ‘그린 아일랜드’.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콘크리트 일색인 도심에서 강변을 따라 섬처럼 들어선 잔디밭은 4월1일 개막하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상징 공간이다. 잔디밭을 맨발로 찬찬히 걷다 보면 어느새 도심 속 정원, 순천만국가정원 남문에 닿는다.

노관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장(순천시장)은 14일 “그린 아일랜드는 도심 한가운데 녹지 축을 조성한 것으로 전 세계가 처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정원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원에 산다’를 주제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다. 박람회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 도심, 순천만습지 등 3개 권역 193㏊에서 10월31일까지 7개월간 펼쳐진다.

전남 순천시 동천 저류지에 만들어진 오천 그린광장. 저류지를 드넓은 잔디공원으로 만들었다. 순천시 제공.

2013년에 이후 10년 만에 순천에서 다시 열리는 박람회의 특징은 그동안 4차선 도로인 ‘남승룡로’로 단절돼 있던 ‘순천만국가정원’과 도심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박람회조직위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 도시가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를 박람회를 통해 제시한다는 목표다.

박람회는 확장을 거듭하며 자동차와 아파트가 차지한 도시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심과 국가정원은 ‘길(잔디밭)’과 ‘강(동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4월1일 개막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박람회 조직위는 강변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꿨다. ‘그린 아일랜드’를 따라 걷다 보면 순천만국가정원에 닿는다. 순천시 제공.

그린 아일랜드를 따라 오른쪽에 있던 홍수조절용 저류지는 24만5000㎡ 대형 잔디밭과 수변공원인 ‘오천 그린광장’으로 탈바꿈했다. 광장 둘레 1.2㎞에는 전국에서 가장 긴 마로니에 나무길이 조성됐다.

관람객들은 그린 아일랜드와 오천 그린광장에 마련된 2.5㎞의 ‘어싱(earthing) 길’을 맨발로 걸으며 지구와 교감할 수 있다. 어싱 길은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등에 모두 12㎞가 조성돼 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인 순천만의 ‘람사르습지 길’ 4.5㎞는 다양한 생물과 갯벌, 갈대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4월1일 개막하는 2023순천국제정원박람회 휘장.

순천도심과 국가정원을 가로질러 순천만습지로 흘러가는 동천은 도심과 정원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순천역에서 5분 거리인 ‘동천테라스’에서 수상택시인 ‘정원드림호’를 타면 국가정원 내 호수정원까지 곧장 갈 수 있다. 정원드림호는 2.5㎞의 물길을 하루 100회 운항할 예정이다.

국가정원에는 박람회 기간 3500만 송이의 꽃이 계절별로 피고 진다. 박람회조직위는 당초 4월22일 이었던 개막일은 봄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1일로 앞당겼다.

1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은 국가정원에는 잔디 언덕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노을정원과 아이들을 위한 키즈가든 등이 새로 생겼다. 시크릿가든과 국가정원식물원에서는 적도에서 극지방까지의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4월1일 개막하는 순천국제정원박랍회 기간 운영되는 ‘가든 스테이’. 정원 내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순천시 제공.

국가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 스테이’도 눈길을 끈다. 삼나무로 지어진 35동의 숙박시설에서 하루 100명만 머물 수 있다. 순천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사들이 저녁과 야식, 아침을 제공한다. 이틀치 정원박람회 입장권도 포함됐다. 가든 스테이는 예약 첫날 4월 주말 일정이 모두 마감됐다.

노 이사장은 “이번 박람회는 외국의 정원을 그대로 모방했던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찾아가고 구경하는 곳이었던 정원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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