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걷어낸 잔디광장, 맨발로 밟는 지구…‘도시미래’ 순천에 있다[기획]

잔디밭에 줄지어 박힌 가로등과 신호등은 이곳이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였음을 짐작케 했다.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잔디밭은 폭 12m, 길이가 1㎞에 이른다. 전남 순천시 동천 옆 4차선 강변도로의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만든 국내 첫 ‘도로정원’인 이곳의 이름은 ‘그린 아일랜드’.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콘크리트 일색인 도심에서 강변을 따라 섬처럼 들어선 잔디밭은 4월1일 개막하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상징 공간이다. 잔디밭을 맨발로 찬찬히 걷다 보면 어느새 도심 속 정원, 순천만국가정원 남문에 닿는다.
노관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장(순천시장)은 14일 “그린 아일랜드는 도심 한가운데 녹지 축을 조성한 것으로 전 세계가 처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정원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원에 산다’를 주제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다. 박람회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 도심, 순천만습지 등 3개 권역 193㏊에서 10월31일까지 7개월간 펼쳐진다.

2013년에 이후 10년 만에 순천에서 다시 열리는 박람회의 특징은 그동안 4차선 도로인 ‘남승룡로’로 단절돼 있던 ‘순천만국가정원’과 도심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박람회조직위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 도시가 처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를 박람회를 통해 제시한다는 목표다.
박람회는 확장을 거듭하며 자동차와 아파트가 차지한 도시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심과 국가정원은 ‘길(잔디밭)’과 ‘강(동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린 아일랜드를 따라 오른쪽에 있던 홍수조절용 저류지는 24만5000㎡ 대형 잔디밭과 수변공원인 ‘오천 그린광장’으로 탈바꿈했다. 광장 둘레 1.2㎞에는 전국에서 가장 긴 마로니에 나무길이 조성됐다.
관람객들은 그린 아일랜드와 오천 그린광장에 마련된 2.5㎞의 ‘어싱(earthing) 길’을 맨발로 걸으며 지구와 교감할 수 있다. 어싱 길은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등에 모두 12㎞가 조성돼 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인 순천만의 ‘람사르습지 길’ 4.5㎞는 다양한 생물과 갯벌, 갈대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순천도심과 국가정원을 가로질러 순천만습지로 흘러가는 동천은 도심과 정원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순천역에서 5분 거리인 ‘동천테라스’에서 수상택시인 ‘정원드림호’를 타면 국가정원 내 호수정원까지 곧장 갈 수 있다. 정원드림호는 2.5㎞의 물길을 하루 100회 운항할 예정이다.
국가정원에는 박람회 기간 3500만 송이의 꽃이 계절별로 피고 진다. 박람회조직위는 당초 4월22일 이었던 개막일은 봄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1일로 앞당겼다.
1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은 국가정원에는 잔디 언덕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노을정원과 아이들을 위한 키즈가든 등이 새로 생겼다. 시크릿가든과 국가정원식물원에서는 적도에서 극지방까지의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국가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 스테이’도 눈길을 끈다. 삼나무로 지어진 35동의 숙박시설에서 하루 100명만 머물 수 있다. 순천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사들이 저녁과 야식, 아침을 제공한다. 이틀치 정원박람회 입장권도 포함됐다. 가든 스테이는 예약 첫날 4월 주말 일정이 모두 마감됐다.
노 이사장은 “이번 박람회는 외국의 정원을 그대로 모방했던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찾아가고 구경하는 곳이었던 정원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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