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테제' 유승민부터 '거리두기' 안철수, '동기화' 김기현까지
'尹 뒷받침·총선 승리' 목표는 같지만, 접근법은 정반대
그러나 당심에 구애하는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러려면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저는 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당에 중도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바라는 당심을 공략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실이 민심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그는 "행정부와 국회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똑같은 지지층에 간다면 결국은 총선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정부여당의 주된 기류와 달리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사퇴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도 안 의원처럼 중도 혹은 온건 보수 지대에 있다. 지지율 하락과 중도층 이반으로 고전 중임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가장 강력하게 쓴소리를 내는 것도 유 전 의원이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처분 등에 대해서도 안 의원과 스탠스는 비슷하지만 주장이 더 강력하다. 당내 친윤그룹으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의 표적이 될 정도로 윤 대통령의 '안티테제'가 됐다.
그는 19일에도 페이스북에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과 관련 윤 대통령을 겨냥해 "말실수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면 됐을 일이다. 왜 자꾸 논란을 키워가는 건지 안타깝다"고 썼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행보는 또 다른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과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선명한 보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전통 지지층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및 친윤 핵심 세력들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김 의원은 야권을 겨냥해 연일 선명한 메시지를 발산하고, 대통령실의 행보는 적극 엄호하고 있다. '민주총(민주당과 민노총)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거나, 동남아 순방 기간 김건희 여사의 개인일정을 두고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빈곤 포르노'라고 지적하자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표현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무작정 덮어씌우고 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윤 대통령과 목소리를 같이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국정감사 당시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을 빚은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퇴장시킨 것을 두고 보여준 당권주자들의 반응 역시 각각 다른 포지셔닝을 짐작케 한다. 김 의원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퇴장 조치를 두고 "당원들이 모욕감을 느낀 것 아니냐"라고 말한 것에 동조했지만, 안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퇴장을 시킨 게 적절하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지난 정부와) 달라야 되지 않겠나"라고 주 원내대표 편을 들었다.
"대통령 뒷받침은 친윤" vs "尹 성공과 윤핵관 성공 분리"
당내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 대통령에게 아예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기대했던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새 정부 출범 6개월밖에 안된 시점에서 기회를 줘야 하고 무엇보다 보수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조직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통령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친윤그룹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김 의원에 당심이 쏠릴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김 의원은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최근 당 지도부가 야권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김 의원이 강경한 메시지를 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며 "친윤 후보군이 단일화 될 경우, 김 의원이 당대표에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주장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인 나경원 전 의원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도 크게 거론된다. 나 전 의원은 오는 24일 김 의원이 주도하는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의 연사로 초청된 걸 두고 두 사람의 연대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거듭된 '윤심' 논란을 지켜본 당원들이 친윤계의 득세가 윤 대통령에게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친윤 그룹의 성공을 분리하고 차기 총선의 승리를 염두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통 지지층이 몰린 영남권 보다는 주로 수도권의 목소리고,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에게 관심을 둔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원들은 여전히 윤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 윤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윤핵관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등을 돌린다"며 "김 의원과 친윤 그룹의 승리가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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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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