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채현 수의사 "불법 딱지만 떼도 될 것을…'펫 식당' 규제가 독 됐다"
식약처 "벌써 1700곳 등록, 제도 순항"… 같은 현장 두고 시각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300여 곳 운영되던 등록 업소 수는 제도 시행 두 달도 안 된 오늘(24일) 기준 1780개. 식약처는 이를 근거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의사이자 반려견 보호자,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놀로'를 운영하는 설채현 수의사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국무총리실 주재 반려동물 정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김민석 총리 앞에서 제도의 맹점을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그와 마주 앉아, 새 제도가 현장에서 왜 외면받고 있는지 들어봤다.

■ "300곳에서 1700곳? 통계적 착시… 불법 딱지만 뗐어야"
식약처가 성과의 근거로 내세우는 '1700개'라는 숫자에 대해 설 수의사는 비교 기준부터 틀렸다고 반박했다.
"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엔 명목상 불법이었어도 업주 재량에 따라 동반 출입을 허용하던 업장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 제도는 그렇게 암묵적으로 운영되던 곳들이 행정처분 걱정 없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양성화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다면 비교 대상은 '과거 동반 출입이 가능했던 전체 식당 수'가 되어야 맞습니다. 이전에 허용되던 곳들과 비교하면 지금 1700곳은 10분의 1도 안 될 겁니다. 갈 곳을 잃었다는 보호자들의 원성이 나오는 이유죠."
그는 굳이 복잡한 절차를 신설할 필요 없이 반려동물 출입이 불법이 아니도록 조항 하나만 바꿨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누가 확인하느냐가 아니라, 업주 옥죄는 '행정처분' 족쇄가 문제"
제도 시행 직후 현장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식약처는 예방접종 확인 주체를 사업주에서 반려인으로 일부 확대했다. QR코드로 보호자가 직접 접종 이력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이로써 업주들의 불편이 해소됐다고 보지만, 설 수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포인트를 잘못 잡았습니다. 문제는 '누가' 확인하느냐가 아닙니다. 검사 의무 자체를 사업주에게 지우고, 문제 발생 시 행정처분이라는 족쇄를 채워둔 구조가 핵심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법적 문제로 발목 잡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사장님들 입장에선 굳이 리스크를 추가로 떠안을 이유가 없죠. 그동안 강아지를 좋아해서 문을 열어뒀던 분들조차 '행정처분'이라는 단어 앞에 출입을 막아버리는 실정입니다. 행정처분을 안 할 거라면 이 절차를 왜 만들었으며, 할 거라면 왜 업주에게 짐을 지우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예외 없는 백신 강제·과도한 위생 잣대… 사각지대 키운 탁상행정"
설 수의사는 불필요한 과잉 규제가 위생 기준과 일괄적인 예방접종 강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에는 동물 동반 매장의 경우 음식에 덮개를 씌우는 등의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사실 일반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음식물이 노출되어 있을 때, 강아지 털보다 무서운 건 대화 중 튀는 사람의 침이나 벌레입니다. 왜 유독 강아지가 들어올 때만 기존에 없던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접종이 불가능한 반려동물들은 아예 사각지대로 밀려났다.
"아나필락틱 쇼크가 올 정도로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의사들도 무리하게 접종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미국은 수의사 소견서를 통해 접종 면제를 인정하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그런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없어 음식점 출입이 원천 차단됩니다. 제도를 만들 거라면 이런 세부적인 예외 규정부터 살폈어야 합니다."
■ "반려견은 '위험군' 아닌 가족… 규제와 처벌보단 이해 먼저"
설 수의사는 동물 복지 정책을 다루면서도 반려견을 가족이 아닌 '위험 요소'로 전제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시각에 쓴소리를 던졌다. "현장을 겪어보지 않고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법을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동물 학대 범죄조차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데, 새로운 규제만 덧붙이는 꼴입니다. 있는 법부터 제대로 적용하는 게 먼저입니다."
다만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차분한 입장을 보였다.
"모든 식당에 강아지가 들어간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신청 업소에 한정되며 그 비율은 전체의 10%도 안 될 겁니다. 싫어하는 사람의 자유도, 사장님의 선택권도 존중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도 사람 다친다며 반대 운동이 일어났듯, 익숙하지 않은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자란 세대가 주류가 되면 이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겁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며 질문으로 마지막 말을 갈음했다.
"우리나라 반려인들의 펫티켓은 아주 훌륭한 편입니다. 오프리쉬(목줄 미착용)만 봐도 해외에선 흔하지만, 한국 반려인들은 서로 하지 말자고 해요. 문제가 생겨도 당사자들끼리 비교적 성숙하게 잘 해결해 나갑니다. 규제와 처벌로 옥죄기 전에, 이 법이 애초에 누구를 위해 왜 만들어졌을지 그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길 바랍니다."
이안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