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직원 세워가며 개발… 첨단 전투기 생산국 된 韓

정재훤 기자 2024. 10.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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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호’부터 ‘KF-21′까지 70년 개발 역사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인 1일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서울 광화문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독자 형상을 갖춘 KF-21은 지난해 시제 1~6호기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 양산에 돌입했다. KF-21의 성공 이면에는 약 70년의 길고 험난한 개발 역사가 있다.

1900년대 초중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국산 항공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공군은 1953년 6월 처음 항공기 개발에 나섰다. 당시 경험이 전무했던 국내 연구진은 미국 공군기지를 뒤져 각종 부품을 모았고, 자체적으로 설계와 조립을 진행하며 4개월 만에 시험비행에 성공한다. 이듬해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은 훈련기와 연락기로 사용되던 이 항공기에 ‘부활호’라는 휘호를 내렸다.

1954년 4월 3일 공군김해기지에서 한국 최초의 비행기 '부활호'의 명명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 국방홍보원 제공

이후 한국은 1978년 미국의 F-5F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국내 조립 생산을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항공기 제작의 꿈을 키웠다. 정부는 항공 산업을 육성할 대안으로 기술 난도가 비교적 낮은 저속 프로펠러 훈련기부터 제작하기로 했다.

1988년 2월, 시제기 2대 생산을 목표로 KTX-1(KT-1의 전신) 탐색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1998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 개발진 100여명을 비롯해 당시 주계약업체 대우중공업(현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협력업체 인력 150여명, 공군 조종사 20여명이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한국이 개발을 시작하자 미국, 영국, 스위스, 핀란드 등의 해외 항공업체들이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한국은 당시 널리 쓰이던 훈련기 PC-9을 개발한 스위스 필라투스사와 일부 기술에 대한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필라투스사가 이후 공동 개발을 요구하며 자신들이 개발한 날개 형상을 사용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한국은 이를 거부하며 독자 기술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항공기 KT-1 개발 과정에서 연구진들이 항공기 날개에 직접 올라가며 하중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KAI 제공

당시 연구진들은 자체 설계한 항공기 날개 각 부위에 하중을 부과했을 때 구조가 변화하는 값을 조사하기 위해, 직원들의 몸무게를 재고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한 뒤 날개 위에 직접 세워가며 관련 데이터를 쌓기도 했다.

1991년 12월 KTX-1 시제 1호기는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엔진 출력을 높이면서 설계 수정을 거쳐 1998년 시제 5호기가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게 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방규격 승인을 받아 KT-1이라는 명칭을 얻었고, 2000년부터 KT-1은 기초 조종 훈련기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KT-1 훈련기. / 공군 제공

KT-1 개발에 성공한 한국은 1989년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개발에 착수한다. 1990년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항공이 체계 종합과 최종 조립을 맡았고, 록히드마틴이 항공전자·비행제어 분야 기술 지원을 담당하며 개발이 시작됐다. 사업 진행 도중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1997년 총사업비 1조6996억원을 들여 최종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후 T-50은 2000년 상세 설계안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2002년 8월 시제 1호기가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시제기가 최초의 초음속 비행에 성공하며 한국은 항공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당시 자체 개발한 고유 모델의 초음속 항공기를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12개국에 불과했다.

개발 단계부터 전투기로의 전환을 고려한 T-50은 TA-50 전술입문훈련기, FA-50 경공격기 등으로 개량되며 지금도 공군의 주력기로 사용되고 있다. FA-50은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수출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KAI의 T-50 고등훈련기. /KAI 제공

이후 한국은 2010년부터 8조8000억원을 투자해 단군 이래 최대 무기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KF-21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독자적 형상을 갖춘 KF-21은 2021년 4월 시제 1호기가 출고됐고, 지난해 6월 시제 6호기까지 모두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KF-21의 제원은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로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등 무장을 최대 7.7톤(t)까지 탑재할 수 있다. 국산화율은 65% 수준이나 기체의 설계·테스트·생산 공정은 국산화율이 100%에 가깝다. 향후 엔진과 공대공·공대지 등 유도탄 기술도 국산화할 계획이다.

KF-21 시제 5호기. / 방위사업청 제공

전투기는 성능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는데, KF-21은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운용하는 4.5세대 급으로 분류된다. 추후 순차적 개량을 통해 5~6세대 전투기 수준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4세대 전투기는 컴퓨터에 기반한 항전장비와 제어 시스템, 정밀 유도무기 등이 탑재돼 임무 수행능력을 높인 전투기다. 5세대 전투기는 적군의 기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록히드마틴의 F-22, F-35 등이 대표적인데, 가격과 운용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 국가는 4~4.5세대 전투기를 주력으로 쓴다. 4.5세대 전투기는 4세대보다 전자장비 수준이 높고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이 있다.

KF-21은 지난 6월 최초 양산에 착수했고 2026년 하반기부터 공군에 인도된다. 공군은 2032년까지 KF-21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KF-21은 폴란드, 필리핀 등 해외 국가들도 높은 관심을 보여 향후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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