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현주소]② 부동산PF 폭탄에 첫 순손실 3400억…김윤식호 돌파구 막혔나

/그래픽=김홍준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상호금융업권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신용협동조합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이 돌파구 찾기에 나섰지만 경영지표를 개선할지는 미지수다.

17일 현재 지역단위 신협 조합들은 부동산 PF 관련 부실채권과 연체율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도 이들 지역 조합 지원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은 보다 엄격한 잣대로 자산건전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 신협들은 지난해 34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순이익 211억원과 비교해 3630억원 하락했다. 신협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 위기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던 2002년 이래 23년 만이다.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경제사업부문 순이익은 114억원이었지만 예금, 대출 등을 담당하는 신용사업부문이 35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체 866개(2024년 기준) 지역 조합 중 270곳이 순손실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규모가 가장 큰 지역단위 조합은 부산의 A신협으로 354억원이었다.

중앙회는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지역 조합원과 서민들의 접점인 지역 조합들은 정작 마이너스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올해에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협의 적자 조합 수는 557개에 이른다.

특히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신협의 연체율은 2023년 3.63%에서 지난해 6.02%로 2.39%p 상승했다. NPL 비율은 같은 기간 4.46%에서 7.08%로 2.62%p 올랐다. 상호금융권의 평균 연체율(4.54%)과 NPL 비율(5.26%) 모두를 상회하는 수치이다.

신협의 수익성·건전성이 악화된 원인은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PF 관련 부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협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0~2021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늘렸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역 조합 866곳 중 104곳이 현행법에서 정한 한도 이상으로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침체하자 이러한 대출들은 부실채권으로 전락했다. 2022년 2조7782억원 규모였던 신협의 NPL은 2023년 4조8232억원, 2024년 7조5662억원으로 증가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러한 지역 조합의 부동산·건설업 편중 리스크를 두고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신협중앙회는 감축계획서 제출 이외에 조합의 대출한도 준수를 유도할 실효적 방안은 미흡하다"며 "대출한도를 초과한 조합에 대해 구체적인 한도 초과 해소계획을 수립하게 하여 그 내용과 이행 현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하자 김 회장은 올해 주요 과제로 조합의 대출 건전성 개선과 수익 구조 정상화를 내세웠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협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지난해 부실채권을 관리하기 위한 자회사 'KCU NPL 대부'를 설립했다. 올해 초 자본금 규모를 1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리며 차입 한도를 1조8000억원까지 확대했다. 자회사, 펀드 등을 활용해 올해 1조5000억원 상당의 조합 부실채권 처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KCU NPL 대부는 이 가운데 1조2000억원을 책임진다.

이 외에도 예금보호한도가 9월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상호금융으로 예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런'이 예상되는 것도 신협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신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 조합의 보험료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협의 5월 수신잔액(말잔)은 143조518억원으로 1년 전(137조6562억원)과 비교해 3.9%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의 평균 예금 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면서 상호금융으로 고객이 이동했다. 여기에다 예보한도까지 늘어나면 수신 규모 확대에 따른 보험료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중앙회는 목표로 했던 적립률을 달성했다며 단위 조합이 내는 보험료를 전액 면제했다. 당시 3000억원의 순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역단위 조합들은 보험료 면제에도 불구하고 34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앙회는 신용협동조합법 제80조의2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을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전문가들도 중앙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단위 조합이 관리하기 어려워하거나 한계를 보이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중앙회가 여러가지 위기 대응 방안, 시나리오 분석 같은 것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과연 잘 됐냐는 문제가 있다"며 "신속한 부실채권 매각, 부실조합 유동성 제공 등 대응 역량을 확대하는 조치가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수시검사에 이어  올해도 신협을 상대로 검사를 실시했다. 자산 건전성, 리스크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신협을 상대로 정기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신협 측은 수익성·건전성 확보 및 예금자보호기금 보험료 상승 등에 대한 대책을 묻는 <블로터>의 수차례 질의에도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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