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계 에이스가 갑자기 중국 사설 감옥에 갇혔다

▲ 영화 <데드맨>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56] <데드맨> (Dead Man,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데드맨>은 영문도 모른 채 중국의 한 사설 감옥에 갇혀버린 바지사장계 에이스, '이만재'(조진웅)의 절박한 순간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만재'는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해 수중에 남은 이름 석 자를 팔아 바지사장 세계에 발을 들였고, 탁월한 계산 능력을 발휘해 7년째 살아남아 '불사조'라 불렸다.

하지만 정작 임신을 한 아내는 '불안정한 일'을 하는 '만재'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만재'는 '스포텍'이라는 벤처 기업의 사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손을 떼고, 호주에서 '푸드 트럭'을 몰고 다니려는 꿈을 품는다.

그러나 '만재'는 1,000억 원의 거액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누군가에게 잡혀 마취된 채 중국 사설 감옥에 수용되고 만다.

순식간에 '데드맨'이 된 그는 이름도, 인생도 빼앗긴 채 죽은 사람으로 3년여를 살아간다.

그러던 중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컨설턴트 '심은조'(김희애)가 '만재' 앞에 나타난다.

뛰어난 언변은 물론,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수많은 국회의원을 단숨에 휘어잡는 '심 여사'는 '만재'에게 이름도, 인생도 되찾을 수 있다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정계로 흘러간 그 '1,000억 원'을 찾는 일을 협조해 주면, 감옥이라는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겠다는 것.

거래를 수락한 '만재'는, '스포텍'의 사장 자리를 '만재'에게 맡겼으나 27억의 세금 폭탄을 맞고 곤경에 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 '공문식'(김원해)의 억울한 죽음이, 1,000억 원을 빼돌리고 잠적한 '만재' 탓이라고 믿는 '공희주'(이수경)을 만난다.

'이만재는 살아있다' 동영상 채널 운영부터, 국회 앞 1인 시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재'의 생존을 주장한 '희주'는, 사건의 배후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면서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만재'와 손을 잡는다.

한편, 패기와 소신으로 무장한 젊은 정치인인 '황의원'(최재응)은 현실 정치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신당'을 창당한 후로 경쟁 상대인 '윤성수' 민의당 대표(유연수)의 강력한 견제('심여사'에게 '황의원'의 '결점'과 관련한 정치 컨설팅을 의뢰한 인물이기도 하다)를 받으며 불법 자금 의혹에 시달리고 있지만, 평소 청렴결백한 이미지와 뚝심 있는 행보 때문에 국민의 신임을 얻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런 '황의원'의 후원회장을 자처하지만, 실상은 막대한 정치 자금을 세탁(기업의 비자금이나 범죄, 탈세, 뇌물 따위와 관련된 정당하지 못한 돈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당한 돈처럼 탈바꿈해, 자금 출처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일)하며, 일명 '런드리조'로 불리던 '조필주'(박호산)는 배후에서 또 다른 음모를 꾸미면서, 정계의 자금 흐름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고 있었다.

<데드맨>은 2006년 봉준호 감독의 첫 천만 작품, <괴물>의 공동 각본을 맡은 하준원 감독이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은 첫 장편 영화다.

그는 "이름이라는 화두를 통해 한 개인부터 국가 권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바지사장'(회사의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대여해주는 명목상 사장)의 세계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하 감독은 "범인이 맨 끝에 숨어있는 '후더닛'(누가 범인인가) 무비의 구조인 만큼 재미있는 스무고개를 만들고자 했다"라면서, "각각의 장면에서 일부러 통일성을 깨는 공간 설정에 노력을 기울였다"라는 연출 의도를 전했다.

게다가 <데드맨>은 1,000억 원을 가져간 사람을 찾는 것에서 나아가, 권력의 부패, 정경유착 같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아냈다.

다만, 매우 성실하게, 안정적으로 극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데드맨>은 '바지사장'이라는 나름 신선한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작품의 주요 순간들을 인물들의 대사, 뉴스 리포팅, 혹은 곁가지 인물의 등장 등으로 구구절절 소개로 늘어놓다 보니, 관객이 그 상황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것.

'심은조'가 고전과 야동의 차이에 대해 "안 봐도 다들 봤다고 하는 고전과 봤음에도 숨기는 것이 야동"이라며 인간의 양면성을 '정치인' 앞에 훈계하는 장면은 '설명형 대사'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대화들이 '힘을 준 연기'를 통해 빠른 템포로 반복되기 때문에, 관객은 진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데드맨>은 감독이 자신 있게 내세운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범죄물 특유의 긴장감이나, 시원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4/01/29 메가박스 코엑스

데드맨
감독
하준원
출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하준원
평점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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