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10조가 넘는 땅이 11년째 방치돼 매년 이자만 수백억이라는'' 이유

10조 매입, 11년 표류의 타임라인

2014년 현대차가 코엑스 맞은편 옛 한전 부지를 약 10조 5,500억 원에 매입하며 초고층 GBC(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를 공언했지만, 실제로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공사 펜스와 장기 터파기에 머물렀다. 2016년경 105층 단일 타워 청사진이 나왔고, 이후 각종 인허가·협의·환경영향평가·교통대책 조정이 이어지며 ‘보이는 진척’이 늦어졌다. 그 사이 글로벌 금리 급등과 건설비 상승, 그룹의 투자 우선순위 조정이 맞물려 속도전 대신 ‘리스크 축소형’ 재설계로 기조가 바뀌었다.

초고층에서 다동형으로, 전략의 전환

정의선 체제 전환 이후 초고층 상징성보다 실질 운용성과 사업 리스크 분산을 택하며 105층 1동에서 50층대 다동형(예: 54~55층 복수 동) 구상으로 수정이 추진됐다. 다동형은 공사 단계 분할·수요 입주 분산·공정 위험 분리·자금 집행 유연성 면에서 유리하고, 주변 스카이라인·일조·조망·풍환경 이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변경 인허가와 공공기여 재산정으로 협의 기간이 다시 길어졌다는 점이다.

복합 이해관계의 병목

사업 지연의 핵심엔 변전소 이전, 봉은사 일조권·경관, 공역·국방 레이더 및 항공장애등 등 다층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대심도 기반공사와 영동대로 지하 구조물(복합환승센터) 연계, 코엑스·잠실 MICE 축과의 보행·교통 네트워크 정합성까지 요구되며 설계·안전·교통영향을 총괄 조정해야 했다. 한 구역의 상징 건물이 아니라 ‘국제교류복합지구’의 결절점으로서 도시·교통·환경을 한 장으로 엮는 총괄 조정이 필수였던 셈이다.

비용의 시간가치, ‘펜스의 사회적 비용’

매입가 자체의 기회비용에 더해 장기간 금융비용·토지 보유세·관리비·가설 공정 유지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기업 입장에선 내부 자금·차입 구조에 따라 ‘수백억대 연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도시는 꼭짓점 입지의 장기 미활용으로 보행 단절·상권 음영·경관 저해·교통 혼잡의 외부비용을 떠안는다. 펜스 안의 시간은 기업만의 비용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손실로 환산된다.

해법은 ‘패스트트랙 삼각 편성’

공공기여·스카이라인·교통·환경의 4대 축을 한 상설 테이블에서 동시 심의하는 통합 심사로 중복 절차를 압축해야 한다.

단계 사용승인(Partial TOP)을 전제한 모듈 공정으로 ‘공사-개장-운영’을 중첩시켜 도시 효익의 조기 실현을 유도해야 한다.

공공기여는 ‘현금+현물+운영’ 혼합으로 재설계해, 녹지·보행축 연결·문화·환승 연동 서비스를 조기 개통하는 조건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멈춘 땅을 도시의 엔진으로 바꾸자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테스트베드·문화·녹지 결합의 다핵 단지로 설계를 고도화하고, 도시는 보행 네트워크와 환승체계를 선개통해 주변과의 연동 가치를 즉시화하자. 초고층의 상징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의 새 기준을 GBC에 심고, ‘펜스의 시간’을 ‘도시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끝내자. 마지막으로, 강남 한복판의 멈춘 퍼즐을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맞추는 실행으로 다음 10년의 서울 경쟁력을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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