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끝판왕 벤츠 G바겐, 전기차로 나왔다가 망한 이유

벤츠의 전설적인 오프로더 G바겐이 전동화 바람을 타고 'G580 EQ'라는 이름으로 2024년 등장했다. 하지만 이 전기차 버전은 기대와 달리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있다. 1년 동안 전 세계 판매량은 고작 1,400여 대로, 같은 기간 내연기관 G바겐 판매량인 9,700대에 크게 못 미쳤다. 심지어 벤츠 내부에서조차 “딜러에 묶인 납덩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독일 기준 약 2억 2천만 원, 국내 가격도 2억 760만 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G63보다도 비싸면서, 기본 옵션 구성은 오히려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여기에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거리도 약 392km로 평범한 수준에 그쳤으며, 완충 시간은 기본 11kW 충전 기준 약 14시간으로 실용성이 떨어졌다.

무게도 문제였다. 전기 G바겐은 무려 3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자랑하지만, DC 급속 충전은 테슬라 NACS를 지원하지 않아 미국 시장에선 어댑터 없이는 충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럭셔리 오프로더로서의 상징이었던 배기음, 터프한 주행감, 강인한 존재감은 사라지고, 정숙한 주행질감과 소리 없는 가속은 오히려 G바겐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 붕괴’였다. G바겐은 강력한 V8 사운드와 각진 차체, 군용차 느낌이 핵심인데, 전기차가 되면서 이 모든 특징이 희미해졌다. 게다가 전기차 플랫폼도 아니고 기존 차체에 배터리를 끼워 넣는 구조여서, 실내 공간도 좁고 무게 중심도 높아지는 등 설계상 이점조차 살리지 못했다.

벤츠는 전기 G바겐에 4개의 전기 모터와 오프로드 특화 기능까지 넣었지만, 결과적으로 무게만 늘고 실용성은 더 떨어졌다. 적재용량은 415kg에 불과해 패밀리 SUV로도 적합하지 않다. 전기차가 갖춰야 할 공간 효율, 충전 편의성, 주행거리 측면 모두 부족했던 셈이다.

이러한 참패에 따라 벤츠는 전기 G바겐 이후의 전략을 수정 중이다. G바겐의 소형 전기 SUV '리틀 G'도 한때 개발 중이었지만, 하이브리드 혹은 내연기관의 병행이 검토되고 있다. G580 EQ는 단순한 판매 부진을 넘어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방향성 자체를 재점검하게 만든 뼈아픈 사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