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세금 6억 들여 만든 의정부 ‘빛나는 공중화장실’, 지금은?
의정부시 ‘발광 화장실’
관리 부실로 악취 호소
“전시성 행정의 뒷모습”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는 초호화 공중화장실이 설치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의정부시가 혈세 6억 원을 들여 지은 ‘발광 화장실’로, 지난 2020년 기획된 지자체 사업 중 하나다.
발광 화장실 건립 추진 당시에는 ‘혈세 낭비’이자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으며, 평당(3.3㎡) 2,000만 원에 달한 공사비는 의정부 내 신축 고급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의 2배에 달해 논란이 됐다.
당초 의정부시는 택시 기사들의 급한 용변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는 민원이 생기자 2억 원 수준의 간이 화장실을 지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리석, LED 조명 등 화장실을 꾸미는 디자인 비용이 추가되면서 총공사비는 3배까지 뛰어 6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해당 화장실의 설계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출품돼 좋은 평가를 받은 루미넌트 하우스 디자인을 접목해 할당된 기존 사업비 4억 원에 세금 2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기 때문이다.
발광 화장실의 건립 당시 의정부시는 “의정부의 랜드마크로서 시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조형 화장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장실이 왜 빛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화장실 만드는데 6억 원 투입이 말이 되냐?’와 같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는 “발광 화장실을 기획한 의도 중 가장 첫 번째가 안전이다. 시민의 통행이 잦은 이곳의 특성상 강도, 성추행 등 우발적 범죄 발생률이 높다. 이를 위해 LED 등을 채워 넣어 빛나게 만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발광 화장실이 공중화장실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의정부시 내 공중화장실 중 가장 규모가 큰 발광 화장실 내 변기 개수가 남자 4개(소변기 2개·양변기 2개), 여자 4개, 다목적 2개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공중화장실과 비교했을 때 큰 면적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같은 면적의 화장실에 소변기 10개와 양변기 5개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이어 당초 택시 기사들의 용변을 해결해 줄 곳이 필요해 세운다는 취지와 달리 택시 기사들이 가기 애매한 위치에 화장실이 들어서며 ‘처치 곤란’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관리 부실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며 현재 의정부시를 향한 ‘전시행정의 뒷모습’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발광 화장실’ 내부가 노란색으로 조성되어 밝은 느낌을 주면서도, 때가 잘 드러나 지저분한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곳곳에 건물 외벽이 깨져 있어 ‘튼튼하지 못하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하며 악취가 계속해서 난다는 시민들의 불편 사항까지 넘쳐나고 있다.
해당 화장실의 모습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돈 많이 들일 거면 디자인은 둘째치고 실용성이 있어야지, 칸 2개밖에 없는 건 뭐냐”, “화장실 외관 처음에 보자마자 한 90년대(3d FX) 시절 그래픽으로 구현된 건 줄 알았네”, “화장실이 어떻게 집 한 채 값이야.”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의정부시가 화장실 공사를 밀어붙인 이유를 두고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 화장실 문화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해당 공모전은 정부에서 주최하는 사업으로, 이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의 혈세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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