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볼륨 높이고, 자꾸 말 되묻는 아이…귀 기울이지 않으면 귀에 ‘큰일’
제때 놓치면 고막에 구조적 이상
청력 저하로 언어발달 해칠 수도
아이가 귀를 자꾸 만지거나 보채고 고름이 흘러나오는 급성 중이염과 달리, ‘삼출성 중이염’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언어발달이 저해되거나 고막의 구조적 이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이염은 귀의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에 해당하는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발병 시기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또 고막 안쪽에 고이는 염증성 물질에 따라 고름이 생기는 화농성 중이염과 삼출액이라 불리는 액체성 분비물이 있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나눈다. 신승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삼출성 중이염은 대개 호전되지만 일부 고위험군은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어 고막에 구조적인 이상이 생기는데, 이런 경우 만성 중이질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세 미만 소아에게 가장 흔한 급성 중이염은 특히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유스타키오관이라고도 부르는 이관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아의 이관은 중이에서부터 코 뒤쪽 부분까지 연결된 길이가 성인에 비해 짧아서 코로 들어간 균이 중이까지 침범하기 쉬운 구조다. 삼출성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급성 중이염에 걸렸다가 심한 염증과 통증은 사라졌지만 염증 때문에 만들어진 액체가 계속 고여 있어서 흔히 표현하듯 ‘물이 찬’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신승호 교수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다니게 되면 감기에 자주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급성 중이염이 자주 발생하거나 삼출성 중이염이 낫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귀의 통증이나 발열과 같은 증상 없이 TV 소리를 크게 듣거나 말을 자꾸 되묻고, 심한 경우 언어발달이 늦어진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삼출성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면 항생제 등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면서 자주 관찰해야 한다. 특히 3세 미만 소아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삼출성 중이염은 중이 안에 차 있는 액체 때문에 청력 저하가 나타나므로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 외에도 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는 문제까지 있다면 수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3개월 이상 귀 양쪽 모두에서 삼출성 중이염이 지속되거나 고막의 구조적 이상이 발생한 경우, 또는 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엔 고막 안에 고인 삼출액을 제거하고 중이 내부를 환기시켜 주기 위한 환기관을 삽입하는 것이 좋다. 신승호 교수는 “낫지 않는 삼출성 중이염은 장기간 항생제 치료만 하는 것보다는 수술적 치료가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된다”며 “아이가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자주 살피고 관심을 가져야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뤄져 중이염 합병증과 언어발달 지체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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