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세금 매겼다면 지자체 세수 540억 확보했을 수도

신심범 기자 2023. 3. 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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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폐연료세’ 논란

- 2015년 용역 이미 당위성 확보
- 지난해 6월 기장군 보관량 기준
- 고준위 375억·중저준위 165억
- 과세발의안들 국회 문턱 못 넘어

부산 고리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에 세금을 부과하면 540억 원 수준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와 발전소에서 사용된 작업복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각기 과세해 지역의 핵폐기물 관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부산 기장군 등 원전 인접 지역으로 구성된 행정협의회 또한 국회와 중앙부처를 상대로 지속해서 그 필요성을 어필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고리1발전소 내 고리1호기와 2호기 전경. 1호기는 2017년 6월을 끝으로 영구정지했고, 2호기는 계속운전(수명연장)이 추진 중이다. 고리본부 제공


▮‘폐연료세’ 매기면 540억 원 징수

16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을 포함한 전국 5개 원전소재 기초지자체 행정협의회가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수료(‘폐연료세’) 등의 신설을 검토한 시점은 2010년 7월부터다. ‘핵 쓰레기를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는 취지였다. 이듬해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서 세금 부과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에 행정협의회는 2014년 10월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과징 합리화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해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용역은 2015년 11월 끝났다.

용역 결과, 학회는 부담금이나 보관료 격의 세금을 받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중간저장시설과 같은 폐기물 저장 시설이 생기기 전까지는 원전지역 주민이 유무형의 피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폐연료세 예상 세수도 추계됐다. 보관 5년 초과 다발의 ‘단위 발생량당 소요비용’(미래 부담금을 산식에 따라 계산한 값)에 법인세 수준인 1.5%를 적용했다. 연구 당시 부과 대상으로 잡힌 사용후핵연료는 5332다발 중 4364다발이었다. 사용후핵연료는 5년 이상 수조에 저장해 방사선 열을 식혀야 중간시설 등으로 옮길 수 있는 만큼, 5년 넘게 보관 중인 다발들은 과세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었다.

이 방식으로 과세할 때 고리원전 폐연료세로 얻는 세금은 2014년 기준 약 209억 원으로 계산됐다. 고리는 경수로형 원전인데, 경수로형의 사용후핵연료의 단위 발생량당 소요비용은 3억1981만 원이다. 여기에 1.5%를 적용하면 한 다발당 약 479만 원이다. 4364다발에 이 값을 곱한 게 209억 원이다. 현 시점으로부터 약 5년 전인 2018년 6월의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량은 6215다발이다. 진작 폐연료세가 생겼다면 297억 원을 징수 가능했다.

▮과세 발의안 전부 폐기·계류

여기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과세까지 함께 이뤄지면 징수액은 더욱 커진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드럼 단위로 보관된다. 드럼당 처분 수수료는 2014년 기준 1219만 원이다. 중·저준위를 포함한 모든 방사성폐기물을 과세했을 때 고리에서 얻을 수 있는 액수는 약 380억 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기장군이 지난해 6월의 보관량을 기준으로 자체 추계한 예상 세수는 540억 원(고준위 375억 원, 중·저준위 165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행정협의회는 2016년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지방세법 개정을 위한 정부 입법 의향을 물었고, 제20대 국회 때인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지방세법 개정안도 3건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2019년 11월 열린 법안소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21대 국회에서는 5개의 법안이 새로 제출됐다. 현재 행정협의회가 대표안으로 선정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의 안이지만 이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단위 발생량당 소요비용의 1.7%,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드럼당 40만 원을 적용해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행정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산자부를 찾아가 재차 과세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중앙부처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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