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그걸 잡다니... 169㎝ 유격수 환상 캐치, KT도 아찔했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정말 안 풀리는구나" [영상]
5타점 맹타로 KT 위즈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장성우(34)가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태진(29)이 보여준 환상적인 수비에 아찔함을 느꼈다.
KT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총 1만 2824명)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키움에 8-7로 승리했다. 이로써 71승 2무 70패가 된 KT는 이날 경기가 없던 SSG 랜더스에 0.5경기 차 앞선 단독 5위가 됐다. 최하위 키움은 58승 84패를 기록했다.
경기 전 SSG와 승무패가 똑같은 공동 5위를 기록 중이던 KT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선발 매치업은 올해 7승 12패 평균자책점 3.97의 윌리엄 쿠에바스와 2승 4패 평균자책점 5.92의 전준표로 KT가 우위로 보였다. 하지만 쿠에바스가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예상 밖 부진을 보여주면서 7회까지 5-5 동점 상황이 이어지는 등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하마터면 경기를 내줄 뻔했다. 8회 초 송성문과 김혜성의 연속 2루타에 6-5 역전이 만들어졌고 장재영의 중전 1타점 적시타에 키움이 7-5로 달아났다. 경기 후 만난 장성우는 "선발 투수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쉽게 이길 거라 생각하셨을 텐데 야구는 10등도 1등을 이기는 스포츠다. 그래서 어렵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장성우가 꼽은 위기의 순간은 하나 더 있었다. 역전을 내준 뒤 8회 말 나온 김태진의 호수비다. 승리에 절박했던 KT 역시 8회 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8회 말 배정대가 좌전 안타에 심우준의 땅볼 타구 때 2루까지 향했다. 김민혁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고 멜 로하스 주니어가 자동 고의4구로 출루했다. 키움은 마무리 주승우를 조기 투입해 승리를 굳히려 했고 장성우는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대타 오재일이 초구를 노린 공이 좌측 외야쪽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여기서 2루 베이스에 붙어 있던 김태진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낚아챘다. 침착하게 1루로 송구해 오재일을 잡아내면서 KT위즈파크 3루쪽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KT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호수비였다.
장성우는 "오늘(27일) 우리에게 기회는 많았는데 5대5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8회 2점을 주고 우리 공격 때 바로 1점 따라갔는데 마지막에 (오)재일이 형이 친 안타성 타구가 잡혔을 때 '우리가 정말 안 풀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일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이날 1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태진은 여러 차례 KT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4회 말에서 1사 1루서 황재균의 타구를 김혜성과 함께 병살 처리했고, 5회 초에는 우익선상 3루타로 출루해 이주형의 땅볼 타구 때 가볍게 홈을 밟았다.
올 시즌 김태진은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떠난 이후 유격수를 찾는 데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던 키움에 몇 안 되는 소득으로 꼽힌다. 6월 14일 고척 두산전부터 뒤늦게 기회를 받았음에도 유격수에서만 330이닝으로 확실하게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태진의 필딩률은 98.1%, 9이닝당 수비 범위도 4.34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키움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나다. 신일고 시절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프로에서는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45순위로 입단한 뒤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렇듯 시즌 최하위가 확정적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키움의 기세는 오히려 5강 경쟁 중인 KT에도 자극이 됐다. 장성우는 이날 치열한 승부 끝에서 KT를 구원한 해결사였다. 그는 3번 타자 및 포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1득점으로 KT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시즌 19홈런 81타점으로 개인 단일 시즌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갈아치운 경기여서 의미는 배가 됐다. 장성우의 종전 기록은 각각 2022년 18홈런, 2020년 79타점이었다.
장성우는 "이렇게 열심히 한 키움을 상대로 우리가 이긴 거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한테도 이렇게 했으면 마지막 SSG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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