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때는 부부 사이에서 가장 큰 상처가 외도나 돈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60대가 되면 오랜 결혼생활 동안 쌓였던 작은 서운함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남편이 퇴직하고 부부가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기 시작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가 선명해지기도 한다. 많은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은 큰 사건 하나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3위. 남편이 퇴직했는데 집안일은 여전히 아내 몫일 때
남편은 출근하지 않는데 아내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침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점심을 챙기고 저녁이 되면 또 밥상을 차린다.
남편은 가끔 설거지를 하고 "내가 도와줬다"고 말하지만 아내에게 집안일은 수십 년 동안 끝나지 않았던 자신의 일이었다. 그래서 힘든 것은 설거지 몇 번이 아니라 은퇴했는데도 왜 나만 여전히 퇴직하지 못했느냐는 허탈함이다.

2위. 남편의 하루까지 아내가 책임져야 할 때
"오늘 뭐 하지?", "점심은 뭐 먹어?", "어디 안 가?"
처음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면 아내에게는 또 하나의 역할이 된다. 이미 아내에게는 운동이나 친구 모임, 혼자 장을 보는 시간처럼 남편 없이 만들어놓은 생활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한 순간부터 모든 일정에 함께하려 하고 아내가 외출하면 어디 가는지 계속 묻는다면 사랑보다 답답함이 커진다. 남편에게 직장이 사라졌다고 해서 아내가 남편의 새로운 직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위. 평생 자신이 한 희생을 남편이 당연하게 여길 때
아내가 가장 허무해지는 순간은 고생했던 세월 자체보다 그 세월을 남편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생각할 때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집안 살림을 맡았던 시간을 두고 "당신은 집에 있었잖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지난 수십 년이 한꺼번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큰 선물이나 여행보다 듣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간단한 한마디였을 수 있다.
"당신도 정말 고생 많았어."
60살 이후 아내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남편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평생 곁에 있었는데도 자신의 수고와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알아주지 않았다는 허무함일 수 있다.

오래 산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시절처럼 뜨거운 사랑만은 아니다. 이제는 서로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 인정해주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남편에게 퇴직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면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자신의 취미와 친구, 하루 일과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집안일 역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몫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아내 또한 참고 쌓아두기보다 앞으로 어떤 생활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노년의 좋은 부부는 하루 종일 붙어 있는 부부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할 줄 아는 부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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