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자 정산대금 지연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는 정산주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쿠팡·네이버·카카오·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주요 기업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입점 소상공인의 주요 사업기반이 됐다. 특히 정산주기는 소상공인의 사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산금을 제때 받아야 사업자금을 원활히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나치게 긴 정산주기는 티메프가 보여준 정산금 지급불능 사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일 후, 위메프는 월 매출 마감 후 익익월 7일에 정산금을 지급해 정산주기가 업계 평균보다 긴 편이었다. 정산금은 판매자에게 적시에 돌아가지 않고, 회사 인수자금 등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문제가 깊어지며 적절한 정산주기의 중요성이 커졌다.
22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한 결과 쿠팡·네이버·카카오·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의 이커머스 판매자 대상 정산주기는 3일, 60일 등으로 각기 달랐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쿠팡의 정산주기는 최장 60일이다. 쿠팡 거래의 90%는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에게 파는 식이다. 전국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 대부분을 보관해야 '로켓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 60일 이내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한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헌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직매입 정산 주기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쿠팡 거래의 나머지 10%를 차지하는 오픈마켓의 정산주기는 40~50일이다. 오픈마켓은 누구나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쿠팡 오픈마켓 입점업체는 주 정산과 월 정산 중 선택할 수 있다. 주 정산은 판매된 주 일요일부터 15영업일이 지난 뒤 70%를 먼저 지급하고 두 달 뒤 1일에 나머지 30%를 준다. 이렇게 하면 정산 완료까지 40~50일이 걸린다. 월 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 기준으로 15영업일 뒤 100% 정산한다. 이외에도 쿠팡은 입점업체가 원할 경우 구매확정일 기준으로 다음 날 오전10시에 판매대금의 90%를 지급하는 빠른 정산 서비스를 지난해 도입했다.
'빠른 정산' 네이버…'맞춤 정산' 카카오
네이버의 오픈마켓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의 판매금 지급 방식은 빠른·일반정산 두 가지로 나뉜다. 빠른정산은 판매자가 배송을 시작한 다음 날 정산금을 모두 지급한다. 평균 3일이면 판매액이 모두 계산된다.
빠른정산 대상은 월 거래건수가 직전 3개월 동안 연속 20건 이상, 반품률이 20% 미만인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주문형 가맹점에 한정된다. 일반정산 주기는 소비자의 구매확정 이후 1일이다.
네이버페이는 소상공인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1월부터 빠른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상품을 받고 구매확정을 입력하면 하루 뒤에 대금이 지급됐다. 소비자가 상품을 받은 뒤 구매확정하지 않으면 정산주기는 더 길어지는 구조였다.
네이버 측은 "빠른정산 도입으로 구매자에게 배송이 완료되기 전 정산 대금의 100%를 지급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판매자의 자금회전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매자는 재고를 확보하거나 상품 품목 수를 늘리면서 사업 규모를 보다 더 확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쇼핑하기·선물하기·메이커스 등 다양한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픈마켓 형태인 쇼핑하기의 정산주기는 결제 이후 3일이다. 선물하기와 크라우드펀딩 기반인 메이커스의 정산은 월 1~4회 이뤄진다.
카카오 측은 "선물하기는 받은 사람이 실제로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메이커스는 주문제작 등 판매 형태가 다양한 점을 고려해 정산주기를 정했다"며 "농가 등 입점업체와 정산주기 상생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증가…"기업윤리 중요"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기존 플랫폼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우아한형제들은 즉시배송 서비스(퀵커머스)인 'B마트' 이용자를 늘리며 이커머스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 판매자 정산금을 30일 이내에 지급한다. 생활용품·디지털기기 등 다양한 상품판매자가 입점한 '배민스토어'와 외식업 배달 서비스의 정산주기는 결제 이후 3일이다.
플랫폼 기업이 티몬·위메프처럼 과도하게 긴 정산주기를 지양하며 기업윤리를 함께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정산주기는 오프라인 유통에서 45~60일로 굳어진 정산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생태계가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하다 보니 티메프 사태 같은 비윤리적인 기업행위가 일어났다"며 "무엇보다 기업윤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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